황교안 법무부장관 (사진=윤창원 기자)
황교안 법무장관의 비리 기업인 가석방 시사 발언이 관련 기업에 희소식이다.
황 장관의 발언이 나오자 총수가 구속 중인 SK그룹과 CJ 그룹, 태광그룹은 아주 반색하고 나섰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24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당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경제살리기에 헌신적인 노력을 다하고, 그런 점에 대해 국민 여론이 형성된다면 기회를 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서 비리 기업인들을 사면할 때 주로 사용해온 선처 이유, 명분과 거의 동일하다.
법무부는 황 장관의 발언 파문이 커지자 성명을 내고 "가석방 등 법집행에 있어서 특혜 없는 공정한 법집행 기조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면서 "원칙에 부합되고 요건이 갖추어질 경우 누구나 가석방 등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고,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특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언론 인터뷰나 법무부의 해명이나 그 말이 그 말인 황교안 장관의 가석방 시사(?) 발언은 비리 기업인들에 대한 정부의 '무관용주의' 기조를 바꿔 가석방을 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들린다.
"국민 여론이 형성된다면" 이라는 전제를 깔긴 했지만 정부의 기류가 바뀌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경제부처 장관실을 중심으로 비리 기업인들에 대한 무관용주의를 깨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잘 아는 여권의 한 관계자는 "최 장관의 입장이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경제살리기의 탄력을 붙게 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재벌 총수들을 풀어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최근 경제부처 장관들 회의에서 경제살리기를 위해서는 기업인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일부 기업인들이 구속돼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도 "기업 투자를 위한 사기 진작책 차원에서 구속중이거나 몸이 몹시 불편한 일부 기업인들을 교도소 밖으로 나오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경제부처와 여권에선 비리 기업인 사면론이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실제로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관계자들의 관련 얘기를 종합해보면 정부의 무관용주의 입장이 조끔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수감된 기업 총수들을 선처해서라도 투자와 소비가 좀 살아나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놓는다.
그렇지만 그 어떤 여권 관계자도 비리 기업인들을 선처해야 한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길 꺼린다.
아직은 국민 여론이 싸늘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무관용주의 입장 변화 기류를 모른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대기업 지배 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는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도 비리 기업인 무관용주의 입장을 마냥 고수해선 곤란하다는 의견을 듣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도 무관용주의 입장을 좀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듣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장관이 교도소 수감 중인 기업인들에 대한 가석방과 관련한 여권의 기류를 슬쩍 흘린 것은 여론 탐색용으로 읽힌다.
황 장관이 대통령의 사면 관련 장관으로서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
◈ 신중한 황교안 '가석방' 발언, 그냥 한 발언이 아니듯신중하기로 소문난 황교안 법무장관이 비리 기업인 선처론에 대한 청와대의 기류 변화를 읽지 않고서야 그런 발언을 했을 리 만무하다.
'선처론'을 언론에 슬쩍 흘려 국민 여론을 살핀 뒤 비리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해당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살리기 노력을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이 기업인들 사면을 한다면 가장 대표적인 수혜자는 최태원 SK회장이다.
2017년 1월까지 교도소에서 살아야 하는 최 회장은 형이 확정돼 가석방 사면 대상이 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 SK는 최태원 공백 너무 크다 vs CJ는 이재현 살리고 싶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자료사진)
SK는 "최 회장이 구속된 이후 회장이 없어 수 조원이 드는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결단을 할 수 없다"며 "최 회장 공백이 너무 크다"고 아우성이었다.
CJ 그룹은 SK의 이런 입장과는 좀 다르다.
CJ 그룹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이재현 회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선처’뿐이라는 절규에 가까운 입장을 숨기지 않는다.
CJ 그룹의 한 관계자는 "황 장관의 말씀만 듣는 것만으로도 회장님의 화색이 돌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이재현 회장은 정말 살고 싶어하고 있으며 남은 인생을 국가 경제를 위해 불태우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달 여위고 수척한 상태로 결심 공판에서 나와 "살고 싶다"며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재현 회장과 이호준 태광 회장은 형이 확정되지 않아 정부가 가석방이라는 사면을 단행하더라도 당장 혜택을 받기 어려운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