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월 16일 취임했다. 23일이면 꼭 100일째가 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경기 둔화의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경제를 살릴 적임자이자 구원투수로 등장한 그의 100일은 그야말로 숨 가빴다. 그의 행보와 정책들은 이른바 ‘최경환 노믹스’로 불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과연 최경환 표 경제정책들은 우리 경제에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CBS는 3일간의 기획을 통해 100일을 맞은 최경환 노믹스를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최경환노믹스 1단계, 돈 풀어 경제심리 살리기 최경환 노믹스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심리 살리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 일성 또한 "경제는 심리다"였다. 이른바 '저성장의 함정', '축소균형의 함정'에서 빠져나오려면, 일단 '축 처진' 경제주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 최 부총리의 논리다.
가계는 노동을 공급하고 임금을 대가로 받으며, 임금을 벌어 소비를 한다. 그리고 기업은 소비를 토대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수익을 얻어 다시 투자를 한다.
이들 두 주체의 활발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한다. 노동시장 활성화와 임금상승, 소비촉진, 생산증진, 투자활성화, 자산가치 제고 등 각 분야에 대한 과감한 재정 지원과 규제완화가 결국 최경환 노믹스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0일 동안 열흘에 한번 꼴로 발표된 숱한 대책들은 대부분 상당한 수준의 재정과 세제 혜택들을 담고 있다. 심지어 최경환 부총리는 취임 8일 만에 41조원 이상의 재정을 시중에 풀겠다고 약속하고도 미진했던지, 지난 8일에는 4분기에 5조원을 더 풀겠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내년에는 확장적 예산편성을 통해 올해보다 예산을 20조원 더 늘려서 편성하겠다는 정부 예산안도 내놨다. 침체된 가계와 기업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정부가 갖고 있는 재정 여력을 쏟아 붓겠다는 것이다. 논란은 과연 정부가 갖고 있는 여력이 충분한가 하는데서 시작한다.
◈ 정부, 돈 풀 능력 있나정부는 아직은 여력이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D1)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89조 8,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4.3% 수준이다. OECD 회원국 평균인 109.5%보다 낮아 아직까지는 재정여력이 상대적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정부 돈을 풀어 경제가 살아나면 다시 세수가 늘고, 재정건전성도 확보된다는 것이 최경환 부총리의 논리다. 최 부총리는 지난 16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도 "내수 부양으로 경제를 살려서 선순환 구조로 가는게 맞고, 중장기적으로 경제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 재정건전성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라며 의원들의 공세에 맞섰다.
그러나 문제는 일련의 경기부양책들이 실패했을 경우다. 정부 계획대로 경제가 회복된다고 가정해도 중기재정계획(2014~2018)에 따르면, 이번 정권은 물론 다음 정권에도 18조원이 넘는 적자를 물려주게 된다.
국가채무도 올해 537조 원에서 2016년이면 6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마당에 정부 돈을 풀어서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재정적자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재정여력이 소진됐다는 의견도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이미 나랏빚 규모가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경고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국가부채와 공공기관부채, 연금충당부채를 모두 합친 국가책임의 국가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미 1,641조 원에 달한다.
국가책임 부채가 GDP의 115%에 육박해, 이미 위험수위인 90%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게다가 향후 고령인구 부양비용과 통일비용까지 고려하면, 지금 재정적자를 늘리는 것은 도박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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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중물 부어도 펌프가 고장인데…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수 부족현상이 3년 연속 지속될 것이 확실시된다. 게다가 올해는 지난해보다 세수부족이 더 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국감에서 최경환 부총리는 "올해 세수 부족분이 지난해 8조 5,000억 원보다 조금 더 많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실제로 지난 8월말 현재 국세수입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3,000억 원이 덜 걷힌 것으로 집계됐다. 세수진도율도 4.7%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세수 결손은 최소 9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세수 펑크 규모는 지난 2012년 2조 8,000억 원, 지난해 8조 5,000억 원에 달했다. 올해 9조 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3년 동안 누적 세수결손은 20조 원에 육박하게 된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현 경제구조 하에서는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 메커니즘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마중물을 부어 펌프에서 물이 올라와야 하는데 문제는 펌프가 고장났다"며 현 상황을 빗댔다. 이 교수는 "이미 수출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편성돼 있어 산업 부문이나 소비자 부문에서 구조적으로 투자나 소비를 할 수 없는 상태"라며 "돈을 풀어도 부동자금으로 떠돌다 가라앉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구조나 체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열흘에 한 번꼴로 쏟아진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을 제외하면 증시나 소비, 투자 등 각종 경제지표는 여전히 가라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