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자료사진/윤창원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총장이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 압도적인 1위로 나오자 여야 정치권이 차기 대선후보로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이같은 움직임은 아직도 임기가 2년 넘게 남아있는 반기문 총장에게도 부담이 될 뿐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기문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제사회가 당면한 현안에 몰두해야 하는데 특정국가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자신의 미래를 신경쓴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반 총장을 대통령 후보로 영입하려 한다거나 저울질하는 것 자체가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반 총장을 흔드는 것이고 유엔사무총장으로서의 활동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이런 발상이 나오게 된데는 어떻게든 이기면 된다는 대선승리 지상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정치권 스스로 좋은 정책을 내놓고 꾸준히 이를 실천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인물을 키워내기보다 국민적 신망을 받는 인물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이기고 보자는 잘못된 정치문화에서 나온 것이다.
대선에서 이기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고 지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현재의 대통령 선거 제도가 낳은 병폐이기도 하다.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소신과 신념을 지키며 국민의 기대와 신망을 받은 인물이 정치권에 영입된 뒤 사회적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경우도 정치권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대쪽 총리로 국민적 신망을 받았던 인물이었지만 정치권에 영입된 이후 특정 정파 인물이 됐다.
최근에는 이명박 정부시절 마지막 총리로 호평을 받았던 김황식 전 총리가 새누리당 시장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참패를 한 일이 있다.
여야가 총선과 대선 때마다 유력인물 끌어들이기를 하다보니 정치권 밖에서 국민적 신망을 받는 인물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특히 최근에는 대통령이 여야와 정파를 떠나 국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고 국민 통합의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지층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사회는 갈수록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나뉘어 극한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고 이를 중재하고 중심을 잡아 사회의 균형추 역할을 할 존경받는 원로가 남아나질 않는다.
고 김수환 추기경 이후 국민 대다수가 존경하는 사회적 어른이 사라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앞으로 극심해지는 사회적 갈등의 중재자, 국민 모두의 신망을 받는 사회적 원로의 역할이 대통령 못지 않게 중요해진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대통령 후보로 저울질하는 시도는 이런 점에서 지탄을 받을 만한 일이다.
여론조사 기관이 반 총장을 넣어 대선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 자체도 바람직하지 않다.
반 총장은 특정 정파를 뛰어넘어 우리 사회의 존경받는 지도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특히 반 총장은 유엔 총장 이후에도 국제사회에서 인류 평화의 실현과 분쟁의 해소 기아 퇴치 등 국제적인 현안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활동을 할 수도 있는 분이다.
이런 국가적 자산을 특정 정파의 후보로 삼으려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