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자료사진)
30일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별 인구 편차의 허용 기준을 현행 3대1에서 2대1 이하로 바꾸라며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지만 내부에서도 상당한 반대 의견이 나왔다.
다수의 재판관들은 지역대표성을 완화해서라도 투표가치를 평등하게 해야한다고 판단했지만 도시 농촌간의 격차가 심한 상황에서 지역대표성을 여전히 존중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헌재에 따르면 이날 총 9명의 헌법재판관 중 6명이 2대1로 인구 편차를 바꿔야 한다고 찬성했다. 반면 3명의 재판관들은(박한철, 이정미, 서기석) 현행 체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법 23조에 따르면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을 할때에는 반드시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한명이라도 반대로 돌아섰다면 결정이 무효가 돼 가까스로 통과된 것이다.
우선, 6인의 재판관들은 현재의 선거구가 지나친 투표가치의 불평등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즉 "1인의 투표가치가 다른 1인의 투표가치에 비하여 세 배의 가치를 가지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는 지나친 투표가치의 불평등"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총선에서는 최대 선거구인 서울 강남갑의 인구는 30만 6,000여명인데 반해, 최소 선거구인 경북 영천은 10만 3,000여명에 불과해 편차가 3배에 달했다.
재판관들은 "인구가 적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이 획득한 투표수보다 인구가 많은 지역구에서 낙선된 후보자가 획득한 투표수가 많은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돼 지역대표성이 다소 보완되고 있다는 점도 개편 이유로 꼽혔다.
재판관들은 "지역대표성이 고려돼야 한다고 할지라도 이것이 투표가치의 평등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다"면서 "특히 현재는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돼 지역대표성을 이유로 투표가치의 평등을 현저히 완화할 필요성 또한 예전에 비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밖에도 ▲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을 완화할수록 과대대표되는 지역과 과소대표되는 지역이 생겨 지역정당구조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고, ▲ 같은 농․어촌 지역 간에 존재하는 이와 같은 불균형은 농․어촌 지역의 합리적인 변화를 저해할 수 있으며, 국토의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한 ▲ 다음 선거까지 약 1년 6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고, 국회가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로부터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 외국에서도 점차로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 추세임을 고려할 때, 우리도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3명의 재판관들은 도시-농촌간의 격차가 심해 지역 이익이 대표돼야 할 이유가 여전하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 재판관들은 도농 간에 나타나고 있는 경제력의 현저한 차이나 인구 격차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어, 지역이익들이 대표되어야 할 이유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된 현 시점에서도 국회와 지방의회의 역할 차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등을 고려할 때 투표가치의 평등 못지않게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선거구 조정에 관한 공직선거법상의 제한을 고려할 때 원활한 조정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선거구의 숫자를 늘리는 방안 역시 부정적인 국민 정서나 예산상의 문제 등을 감안할 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설령 의석수를 늘린다고 해도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도시를 대표하는 의원수만 증가할 뿐, 지역대표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농어촌의 의원수는 감소할 것이 자명하다는 점도 우려점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