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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혜 "문화재와 작품 하나하나가 문화 대사"

정치 일반

    선승혜 "문화재와 작품 하나하나가 문화 대사"

    미국에서 한-일 '한시의 미술세계' 전시회 여는 클리블랜드박물관 한국·일본미술큐레이터 선승혜 씨

    선승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1년 5월 4일 (수) 오후 7시 3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클리블랜드박물관 한국·일본미술큐레이터 선승혜 씨


    ▶정관용> 시사자키 3부 시작합니다.

    오늘 3부는 아주 특별한 분 한 분을 모셨는데요, 미술 큐레이터이십니다. 그런데 한국 최초의 일본 미술 큐레이터예요.

    그런데 지금 직장은 미국 클리블랜드 박물관의 한국, 일본 미술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미국에서 한일 한시의 미술세계를 주제로 지난 3월 27일부터 8월 28일까지 전시회를 열고 계세요.

    선승혜 박사이십니다. 이번에 일본과 한국 출장차 나오신 김에 저희가 잽싸게 방송국에 모셨습니다. 네, 미국 클리블랜드 박물관 한국, 일본 미술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계신 선승혜 박사,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선승혜> 안녕하세요?

    ▶정관용> 한국 최초의 일본 미술 큐레이터?

    ▷선승혜> 예.

    ▶정관용> 일본 미술을 전공하셨어요?

    ▷선승혜> 예, 일본 동경대학교에서 일본 미술하고 한국 미술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정관용> 그러니까 주 전공 분야가 한국 미술하고 일본 미술이로군요?

    ▷선승혜> 예, 비교연구.

    ▶정관용> 고미술입니까?

    ▷선승혜> 예, 고미술입니다.

    ▶정관용> 한국, 일본 고미술 전공?

    ▷선승혜> 예.

    ▶정관용> 그리고 큐레이터로 활동하시기 시작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선승혜> 큐레이터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요. 국립중앙박물관에 처음으로 일본 미술을 담당하는 학예연구사로 선발이 되어서요, 2009년까지 근무를 했습니다.

    ▶정관용>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승혜> 예.

    ▶정관용> 대학은 한국에서 나오셨지요?

    ▷선승혜> 예, 한국에서 서울대학교에서 미학과로 학부하고 석사과정까지 마쳤습니다.

    ▶정관용> 그리고 일본에서 한국, 일본 고미술 비교연구로 박사를 하시고 한국 최고의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09년까지 근무하셨어요.

    ▷선승혜> 예.

    ▶정관용> 그런데 뜬금없이 미국 클리블랜드 박물관은 왜 가셨어요?

    ▷선승혜> 미국 클리블랜드 박물관은 동양 미술로는 아주 유명하거든요.

    ▶정관용> 그래요?

    ▷선승혜> 예, 전 세계 컬렉션으로 아주 유명한 곳입니다.

    ▶정관용> 한국, 일본, 중국 다?

    ▷선승혜>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까지 유명합니다. 아마 제가 한국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만큼 좋은 직장은 없지만요, 제가 이곳에서, 한국에서 자라고 배운 문화를 미국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번 알려보자, 이런 결심을 하게 됐고요. 또 클리블랜드 박물관에서는 미국에 더 좋은 많은 학자들이 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자라고 공부하고 또 일본에서 공부하고 이런 경험들을 높이 사서 클리블랜드 박물관에 부임하게 됐습니다.

    ▶정관용> 특별채용을 했군요?

    ▷선승혜> 예. 특별채용. (웃음)

    ▶정관용>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에도 일본, 중국 고미술 작품들이 좀 있잖아요?

    ▷선승혜> 예, 있습니다.

    ▶정관용> 그 규모와 클리블랜드의 동양미술 규모는 어느 정도의 차이가 납니까?

    ▷선승혜> 클리블랜드 박물관의 동양미술 규모가 훨씬 더 큰데요. 그 이유는 아마...

    ▶정관용> 한 열 배?

    ▷선승혜> 아, 예. 그래도 한국 미술은 역시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고니까요.

    ▶정관용> 아, 물론 그렇겠지요.

    ▷선승혜> 그런데 이제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으로 비교하자면 클리블랜드 박물관은 이미 백년 이상의 수집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요, 아직 숫자나 다양성 면에서는 훨씬 풍부한 것 같습니다.

    ▶정관용> 전 세계에서 동양미술로 숫자가 가장 많은 곳이 미국 클리블랜드 박물관입니까?

    ▷선승혜> 미국 안에서는 보스턴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클리블랜드 박물관, 그리고 프리어갤러리라고 워싱턴에 있는 곳을 손꼽습니다.

    ▶정관용> 백년 동안 동양미술을 특화해서 수집했어요?

    ▷선승혜> 예.

    ▶정관용> 다 돈 주고 산 겁니까? 뺏어간 것 아닙니까?

    ▷선승혜> 돈을 주고 사고요. 그 다음에 자기들이 가지고 있었던 것을 기증하신 분들도 있고요.

    ▶정관용> 이런 데에서 어떤 참 미국과 우리의 문화의 힘의 차이 같은 걸 저는 느끼는데, 클리블랜드라고 하면 미국의 주요 도시이기는 하지만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도시는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박물관이 동양미술을 특화해서 꾸준히 사 모은다? 게다가 한국에서 나서 자라서 일본에서 공부하시고 한국 직장에 있던 분을 특별채용해서 데려간다? 대단하네요.

    ▷선승혜> 예. 저도 그 문화의 개방성이라고 해야 되나요, 사람들의 오픈 마인드라고 해야 되나요, 제가 사실은 많이 놀라고 배우는 점이 그 부분입니다.

    동양미술로는 셔먼 리 박사가 30년 간 동양미술 대학자이신데요, 그분이 관장을 하면서 미술관을 키워나가고요, 또 그것을 동양미술을 후원해주는, 정말 그 출신이 중국이나 일본이나 한국이 아닌 이런 사람들이 후원을 해가는 게 아주 놀랍고요. 그리고 늘 열린 마음으로 배우려고 하는 것, 그 다음에 정말 본토에서 자라고 배운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경청하는 문화가 아주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정관용> 지금 클리블랜드 박물관에 일본관, 중국관 따로따로 다 있어요?

    ▷선승혜> 지금은 원래 따로따로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이 따로 있었고요. 지금 리노베이션 중으로 2013년에 새로 개관을 하는데요.

    ▶정관용> 한국관은 없어요?

    ▷선승혜> 그 전에는 케이스 몇 개만 있고, 이제 한국미술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2013년에는 새롭게 한국실도 새롭게 개관하기로 됐습니다.

    ▶정관용> 그동안에는 한국관은 없었고?

    ▷선승혜> 예, 별도로는 없었고요.

    ▶정관용> 일본관, 중국관은 있었는데 한국관은 이제 새로 생긴다?

    ▷선승혜> 예.

    ▶정관용> 그건 클리블랜드 박물관에서 돈을 낸 겁니까, 우리가 지원한 겁니까?

    ▷선승혜> 클리블랜드 박물관도 물론 하지만요, 이번에는 한국국제교류재단, 코리아파운데이션이 지원해주기로 하셨고요. 그래서 그 이름도 코리아파운데이션 갤러리로 하기로 했습니다.

    ▶정관용> 코리아파운데이션이 해외 박물관들의 한국관 설치에 지원을 꾸준히 하고 있지요?

    ▷선승혜> 예, 아주 꾸준히 해주시고요.

    ▶정관용> 그런데 사실 그 사업, 얼마 안 되었어요.

    ▷선승혜> 그런데 아마 어려운 점이 많으셨을 텐데요, 아주 많은 곳에서, 각국에서 한국실을 개관하는데 도움을 주시고, 매년 큐레이터 워크숍을 개최를 하거든요. 그래서 각지에 있는 큐레이터들이 일년에 가을이면 늘 한국에 와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주고 계십니다.

    ▶정관용> 이번에 3월 27일부터 8월 28일까지 하는 특별전시회지요, 이거는?

    ▷선승혜> 예.

    ▶정관용> 제목이 청아한 한시 미술의 세계, 한국과 일본, 어떻게 됩니까, 이게?

    ▷선승혜> 청아한 한시 미술의 세계: 한국과 일본 시서화에 나타난 문인 취미라는...

    ▶정관용> 문인 취미?

    ▷선승혜> 예.

    ▶정관용> 그럼 여기에 전시된 작품들은 원래 클리블랜드 박물관에 있던 겁니까, 아니면 한국에서 다시 가져간 것도 있습니까?

    ▷선승혜> 이번 특별전은 의미가 있는 것이 클리블랜드 박물관이 소장한 소장품만으로 이루어진 전시입니다.

    ▶정관용> 그래요? 거기에 한국 한시 작품이 몇 점 정도나 있어요? 국보급도 있나요, 혹시?

    ▷선승혜> 한국 한시를 주제로 한 그림, 회화작품, 그 다음에 서예, 공예, 도자기, 칠기, 그리고 현대미술도 좀 포함이 되어 있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그 어느 것 하나 국보급 아닌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관용> 그런데 국보로 지정된 건...

    ▷선승혜> 물론 없지요.

    ▶정관용> 그런데 관람객이 많은가요?

    ▷선승혜> 관람객은 이제 도시 규모가 있기 때문에 뭐 뉴욕이나 이렇게 많지는 않습니다만, 일단 한국 교포들이 많이 오시고요. 또 한국 교포는 아니지만 미국분들, 정말 한 번도 아시아, 한국에 와보시지 못한 분들도 와서요, 야, 한국 미술이 이런 거구나, 내가 이런 거 처음 봤다, 내가 기회가 되면 한국을 꼭 가봐야겠다, 이제 한국 영화도 봐야겠다, 이런 분들이 아주 많이 계십니다.

    ▶정관용> 자,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이게 이제 시와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있는 그런 작품들일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지금 자료로 가지고 있는 기사를 하나 보면 전형적인 우리 한국화, 뭐 금강산을 그린 그림에 폭포가 쏟아지고, 이런 그림들이 있는데, 이런 작품들이 여러 개 전시가 될 것 아니겠어요? 한국과 일본의 이런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작품의 차이점이랄까, 공통점이랄까, 어떤 것들일까요?

    ▷선승혜> 아마 제가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된 것은 공통이 무엇이냐, 동아시아의 공통이 무엇이냐, 했을 때는 가장 중요한 게 중국, 한국, 일본, 그리고 베트남까지 한자 문화권을 형성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랬을 때는 고전을 우리가 같이 공유를 했다, 그리고 그 중에 아주 중요한 것이 한시다, 라는 것이 하나의 큰 주제고요, 그 다음에 어떻게 다를까 하는 점에서는 역시 우리나라 문화가 아주 문인, 지식인의 문화가 아주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양반의 문화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문화가 굉장히, 어떻게 보면은 남이 보든 안 보든 자기 자신에 충실하고 늘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고 항상 충절을 지키려고 하는 이 문화가 아주 강한 것 같습니다.

    ▶정관용> 그런 게 작품에 다 배어나고요?

    ▷선승혜> 예, 배어나고, 그 진지함들이 아주 배어나고 있고요, 그에 반해서 일본은 과거시험제도가 정착이 안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조선 초기에 해당되는 무로마치 시대에는 선불교의 선승들이 문화를 주도하는데요, 그런 경우에는 굉장히 불교적인 색채가 아주 강하고요, 그 이후에는 역시 사무라이 문화의 색채가 아주 강합니다.

    그리고 중인들이, 촌인이라고 하는 중인들이 그 많은 경제력을 갖게 되는 18세기, 19세기에는 훨씬 더 유머가 넘치는, 조금 더 우리보다는 어떤 면에서 보면 장식적이거나 조금은 가볍거나 이런 문화가 한국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정관용> 우리 작품보다는 일본 쪽 작품이 시대적 변화 양상이 조금 더 크겠군요, 진폭이?

    ▷선승혜> 예.

    ▶정관용> 조금 더 다양할 것 같고?

    ▷선승혜> 예, 조금 더 다양하고, 한국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원칙을 중시하는 이런 문화가 지금까지 강하고, 그것이 조선시대에도 잘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라고 하는 우리 문화의 특징이자 자부심, 이런 어떤 철학적인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관용> 그것이 좋게 표현하면 원칙을 중시하는 거고, 조금 나쁘게 표현하면 너무 고지식해가지고 그 그림이 그 그림인 것 같고.

    ▷선승혜> (웃음)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기도 하고요.

    ▶정관용> 일본은 그에 비해서 조금 다양하다?

    ▷선승혜> 다양하고요.

    ▶정관용> 그런 특징들이 있다. 그리고 정말로 궁금한 것은 한국 교포들뿐만 아니라 미국인들도 와서 보고 흥미를 보이고 뭐 이제 한국 영화도 봐야 되겠다, 라는 말씀 하셨는데, 정말 그들이 그들의 눈에 우리 이런 한국의 전형적인 산수화 같은 그림이 어떻게 다가온다고 그래요? 그 사람들 설명을 들어보면?

    ▷선승혜> 설명을 들어보면 이제는 뭔가를 느끼기는 하는데요, 그것이 무엇일까, 이제 막연했을 때는 설명을 일단 고려시대랑 조선시대가 다르다, 고려시대는 청자를 중심으로 해서요, 어떤 귀족의 문화로 설명하고요, 그 다음에 조선시대는 고려 말에 신진사대부가 나중에 조선시대 양반으로 이루어진 어떤 유교문화가 얼마나 강한가를 설명을 하면요, 그리고 나서 이 미국분들이 그림을 보게 되면 ‘어’, 이해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아, 이렇게 진지한 너희 나라가 있구나, 유교문화라는 것이 있구나’, 그러면서 ‘내가 한번 가서 봐야겠다.’ 그리고 아마 미국에서도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이런 문화가 굉장히 강한데요, 아마 그런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이런 문화가 같다, 라고 설명을 했을 때 많은 공감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정관용> 그런데 그 시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제 서양미술의 세계를 보면 어떻게 보면 회화에서 구상화가 되고, 풍경화가 되고, 그 다음에 유화가 만들어지고 수채화가 있고 그러나 뭐 대체로 한 흐름인데, 그들이 전혀 접하지 못했던, 붓과 먹으로만 이루어진 그게 가장 큰 차이점 아닐까요? 그들의 눈으로 보기에?

    ▷선승혜> 예, 그래서 가장 차이가 뭐냐면 왜 문인들은 시서화가 합일이 될 수 있느냐, 시, 그림, 서예가 하나일 수 있느냐, 하면 말씀하신 대로 종이와 먹, 이런 하나의 도구가 전체 문인들이 여러 가지 예술 장르를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그 근본이었다고 한다면, 서양미술은 유화, 라는 다른 매체와 글을 쓴다는 행위가.

    ▶정관용> 구분되어 있지요, 펜으로.

    ▷선승혜> 확실히 다른, 그래서 아마 이 붓으로 쓰는 것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기도 하고요, 그러면은 또 재미있는 것은 저희가 이제 서예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하고, 또 재미교포 중에서 한인인데요, 종이를 한지를 만드는 것을 가르쳐드리기도 하고 그래서 이분들이.

    ▶정관용> 한지 체험, 서예 체험 이런 걸 한다 이거지요?

    ▷선승혜> 예, 그래서 이 종이에 붓으로 쓰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그 느낌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하니까요, 더욱 더 경험이나 어떤 그 미감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정관용> 먹을 싹 갈아서 진하게 갈아서 붓에 묻혀서 한지에 쫙 하면 삭~ 퍼지는 그런 느낌?

    ▷선승혜> 예.

    ▶정관용> 이런 건 처음 볼 것 아니겠습니까?

    ▷선승혜> 예, 그래서 거기에서 아마 어떤 자유나 이런 것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훨씬 더 친밀함, 유화에서 느끼지 못했던 어떤 그 자연과의 합일이라고 해야 되나요, 그 스며듦이라고 해야 되나요, 이런 것들이 국적을 뛰어넘어서, 자기의 문화를 뛰어넘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저도 좀 하면서 되게 놀랍습니다.

    ▶정관용> 좋아들 하는군요?

    ▷선승혜> 좋아하세요. 아주 좋아하시고.

    ▶정관용> 색다른 경험이기도 하고 자기들이 전혀 접하지 못했던 어떤 미술의 세계,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이기도 하고?

    ▷선승혜> 예.

    ▶정관용> 가만 보니까 우리 선 박사님이 클리블랜드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로 특별 채용된 기념 전시회군요, 이게?

    ▷선승혜> 예, 처음으로 데뷔 무대, 미국에서는 저의 데뷔 무대라고 하고요, 미국에서 특별전을 준비할 때는 대략은 3년에서 5년 정도 준비를 하는데요, 제가 작년 여름에 부임해서 이번 봄에 전시를 오픈할 때까지는 굉장히 짧은 시간인데요, 어떻게 이걸 할 수 있었느냐, 라는 게 미국 사람들의 첫 번째 질문인데요, 제가 그러면 늘 대답하는 게 한국 사람은 원래 이렇게 다이나믹한 민족이다.

    ▶정관용> 뭐든지 빨리 한다?

    ▷선승혜> 예, 그래가지고 다이나믹하고 열정이 굉장히 많은 것이 우리의 특징이고, 나는 그의 한 사람일 뿐이다, 라고 설명을 하면은요, 거기 분들이 늘 박수를 보내주세요.

    ▶정관용> 한국인의 기질까지 홍보하고 계시는군요?

    ▷선승혜> 예, 그 열정과 집중력, 그 다음에 어떤 성취를 향한 노력들이 한국 사람들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정관용> 자, 전시회 이야기는 그 정도 말씀을 듣고, 오늘 특별히 모신 김에 한국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오랫동안 활동을 하셨고, 이제 미국에 있는 박물관을 또 경험을 해보고 계시고, 그뿐 아니라 전 세계 다양한 박물관, 미술관들을 두루두루 다녀보셨을 것 아니겠어요?

    지금 한국미술, 뭐 고미술도 좋고, 아니면 뭐 현대도 좋고요. 해외에서 제대로 좀 알려지고 있나요, 어때요?

    ▷선승혜> 해외에서 예전에 비하면 한국실도 많이 늘었고, 한국 전시도 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제가 아시아 미술만 봤을 때는 중국, 일본, 한국, 그리고 인도, 동남아시아를 비교했을 때는 아직도 한국 전시가 그만큼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관용> 많지 않다?

    ▷선승혜> 예, 조금 더 많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정관용> 그건 왜 그럴까요? 중국, 일본, 인도, 베트남 이런 쪽 작품들이 해외에 더 많은가요?

    ▷선승혜> 예, 일단은 객관적인 상황은 역시 소장품이 있어야 전시도 할 수 있는 건데요, 그 양과 질을 봤을 때는 역시 한국 문화재가 국외에 나와 있는 것이 중국이나 일본, 인도, 동남아시아에 비해서는 숫자가 적기 때문에 일단 특별전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들이 제한이 있고요.

    ▶정관용> 우리 국민들의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기에는 우리는 수없는 외침을 당한 국가이고, 바로 얼마 전에 조선왕실 의궤 이런 것처럼 말이지요, 약탈당한 문화재도 많고, 특히 일제시대 때 빼앗긴 것도 많고, 그리고 미국에서도 해방 직후에 미국 사람들이 와서 많이들 헐값에 사가고 가져간 것도 많고, 우리는 너무 억울하게 우리 것이 밖에 너무 많이 있다, 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어요?

    ▷선승혜> 중국, 일본 문화재가 훨씬 더 많습니다. 많은 것이 현실이고요. 이제.

    ▶정관용> 그건 왜 그럴까요? 중국, 일본 문화재들은 일부러 해외에 많이 유포시킨 건가요, 아니면 그만큼 각 나라에서 다 사서 수집한 건가요?

    ▷선승혜> 각 나라에서 사서 수집한 것도 있고요. 일본은 문화재 법상 국외로 나갈 수가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국외로 나가지 말아야 할 국보급 문화재들은 나라에서 다시 사들이고 있고요. 그 이외의 것들은 외국에서 수집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제 또 한 가지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에서 수집이 되는 경우는 공공기관에서 최상의 조건에서 수집이 되고, 보관이 되고, 전시가 됐을 때는 아마 한 사람의 사람보다는 하나의 좋은 문화재가 정말 제가 표현하기에는 문화 대사 역할을 합니다.

    ▶정관용> 그렇지요.

    ▷선승혜> 그리고 아마 저 같은 큐레이터들은 그 문화 대사, 우리나라의 문화재가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화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그런 면에서 보면 외국 기관에, 공공기관에 잘 전시되고 보관되어 있는 문화재들이 또 국외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정관용> 잘 전시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를 하면?

    ▷선승혜> 예. 아주 좋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관용> 솔직히 우리 국민들 가운데 해외에 있는 우리 좋은 문화재들 다 우리가 가져와야 한다, 라는 생각 가지신 분들도 있는데, 뭐 가져올 수 있어서 가져오면 모르겠습니다만, 그게 아니라 자꾸 가져와야 된다, 가져와야 된다, 라고 하면 그쪽에서 또 전시를 꺼린다면서요? 논란이 될까봐.

    ▷선승혜> 예, 아마 두 가지가 있는데, 아마 ‘예, 아니오’ 라고 두 가지로 대답해야 될 것 같은데요. 환수되어야 할 문화재는 환수되어야 할 것이고, 그 다음에 또 국외에 남아있는 문화재는 국외에서 또 전시가 많이 되어서... 왜냐하면 한국에 있는 문화재를 빌려서 외국에 전시를 할 때에는 많은 예산이 소요가 되고요, 그 다음에 또 문화재가 이동할 때는 늘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요, 이동을 최소화하면서 외국에서 최대한 전시가 되려면 아마 외국에서 남아서 전시되어야 할 문화재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래서 아마 외국 여행을 하실 때, 아마 박물관에 가시면 늘 한국 문화가 적다, 한국실이 약하다, 그리고 중국하고 일본실은 크다, 좋은 게 많다, 이렇게 늘 불만을 가지게 되는데요. 그렇게 되면 한국 문화에 좀 더, 좋은 문화재가 많아서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정관용> 그러니까 그게 한 사람 마음속에 두 생각이 같이 있는 거예요.

    ▷선승혜> 같이 있습니다.

    ▶정관용> 귀한 게 외국에 있으면 아, 이거 우리 다시 가지고 오고 싶다, 그러나 외국 여행 가보면, 아니, 왜 한국관은 이렇게 초라해! 그 점에서 우리 선 박사님이 물론 환수되어야 할 것은 해야 되지만 해외에 있으면서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말씀이시군요.

    ▷선승혜> 예.

    ▶정관용>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도, 정부도 나서고 공공기관도 나서서 필요하면 지원도 하고 예산 지원 같은 것도 하고 그래야 되는 것 아닐까요?

    ▷선승혜> 요즘은 사실은 정부에서 예산지원을 해주셔가지고요, 코리아파운데이션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이 외국에서 한국 문화재가 많이 전시될 수 있도록 예산 지원과 프로그램 지원을 하고 계십니다.

    ▶정관용> 그 일을 이제 미국 현지에서 선 박사님이 열심히 뛰어다니시고.

    ▷선승혜> 예, 뛰어다니고, 아마 제 생각에는 더 많이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하나의 문화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아마 아주 큰 것 같습니다.

    ▶정관용> 아까 문화재 하나, 작품 하나가 문화 대사다, 라고 하셨는데, 그럼 지금 선 박사님은 대사를 몇 명이나 거느린 사람이 되는 겁니까?

    ▷선승혜> 제가 아주 대사를 많이 모신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관용> 외교관이 아니라 그쯤 되면 외무부 장관 쯤?

    ▷선승혜> (웃음) 그래도 아직도 많은 분들이 더 많이 도와주셔서요, 한국문화가 더 빛나게 소개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정관용> 맨 처음에 미국 클리블랜드 박물관의 스토리를 잠깐 들으면서 아, 그들의 열린 눈, 다양성의 존중, 그런 것들을 우리가 칭찬하고 부러워하지 않았습니까? 바로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우리 마음속에 아, 우리 문화재, 우리 좋은 작품들이 해외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보여짐으로써 그것이 갖는 외교적 가치, 또 어떤 국제 홍보적 가치라고 하는 것도 엄청나게 크다, 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우리 선 박사님을 통해서 정리할 수 있게 됐네요.

    ▷선승혜> 예.

    ▶정관용> 이 8월 28일까지 특별전시, 잘 마무리되시기를 바라고요, 앞으로도 많은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특별히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승혜> 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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