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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법 사이로 막 가' 대기업 SSM '영토 확장'

    인수합병에 가맹점 '꼼수'…유통·상생법으로는 규제 못해

     

    법망을 피한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지역 상권 잠식이 계속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무너뜨린다는 비판 속에 이를 규제하기 위한 이른바 'SSM법'의 시행 이후 잠시 주춤하는 듯했지만, 최근 지역 내 SSM 입점 소식이 또 다시 잇따르고 있는 것.

    특히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대기업의 직접 진출보다는 중소 유통업체 인수합병을 통한 점포 확장이나 개인을 점주로 내세우는 등 보다 교묘해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 간판은 '중소기업', 주인은 '대기업'

    대전 유성구 송강동과 서구 정림동에 위치한 '굿모닝마트'.

    중견 유통업체인 CS유통의 직영 SSM으로, 그동안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비판을 덜 받았던 곳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올해 초부터다. 롯데슈퍼가 CS유통의 지분을 99.54% 취득하면서 이곳의 '주인'도 달라진 것.

    롯데슈퍼는 이번 CS유통 인수로 전국 34개 굿모닝마트 직영점을 비롯해 200여 개 이상의 점포를 확보하면서 사세를 크게 넓혔다.

    기존 법인은 그대로 둔 채 사실상 롯데의 직접 운영에 들어간 것으로, 대전의 두 굿모닝마트도 간판만 그대로 내건 채 롯데 제휴 포인트 카드를 받는 등 롯데슈퍼와 같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송강점의 경우 인근에 롯데마트까지 있어 롯데의 이 지역 시장점유율이 90%를 넘는 상황. 공정위는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송강점에 대해 6개월 안에 의무적으로 제3자에 매각하도록 했지만 현재까지도 매각 작업은 '진행 중'에 머물러 있다.

    주변 상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골목 한가운데에 대기업 SSM가 들어선 격이지만 정작 지역 상인들은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대전 슈퍼마켓 협동조합 관계자는 "롯데슈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면 금방 알았을 텐데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 '이마트' 이름만 빌린 개인 슈퍼마켓?

    단장을 마치고 오는 19일 서구 정림동에 문을 여는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기업이 직접 나서는 대신 개인 점주가 따로 있는 '가맹점' 형태를 내세웠다.

    앞서 홈플러스 등 대기업 SSM도 사업조정 등을 회피하기 위해 가맹점 방식을 추진하면서 '편법 입점'이라는 비난을 산 바 있다.

    특히 입점 부지를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정해 논란을 더해가고 있다.

    현재 유통법상 전통시장의 반경 1㎞ 이내에는 SSM을 개점할 수 없지만 인근에 있는 정림 무지개시장의 경우 중기청이 정한 '전통시장'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 보호대상에서 제외됐다. 시장 내 20여 개 점포 외에도 중소 슈퍼마켓 등 지역 상권이 형성돼 있음에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

    게다가 롯데슈퍼가 운영하는 굿모닝마트 정림점은 이곳에서 불과 600m 거리로 지역상권을 두 대기업이 나눠 먹는 모양새다.

    ◈ 소극적인 지자체, 무능한 관련법

    하지만 관할 지자체는 이 같은 상황에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대전시 관계자는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경우 이마트가 개인 점주에게 이름만 빌려준 것으로, 이마트 물건을 일정 비율 진열해야 하지만 나머지는 점주가 상품 가격과 공급처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름의 절충안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주인'이 바뀐 굿모닝마트에 대해서도 "중간에 사업주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뒤늦게 허둥대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지역 상인들과 시민단체는 대기업이 골목상권 진출을 포기하지 않고 기회주의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BestNocut_R]

    특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SSM법'에 대한 손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SSM의 무분별한 진입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법(상생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1년 5개월이 지났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에 머무르면서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경실련 이광진 사무처장은 "대기업들이 갈수록 교묘한 수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에 중소기업에 대한 적합업종을 선정하고 강제성을 부여해줄 것을 예전부터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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