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가짜편지'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중희 부장검사)가 이르면 이번주 안에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그런데 이번 수사 역시 내곡동 사저부지 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이은 세번째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들을 가능성이 크다.
BBK 가짜편지 사건 수사의 '방식'이나 '결론'이 앞선 두개의 수사를 빼다박았기 때문이다.
17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돼온 'MB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나, 'MB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명박 대통령의 손윗동서 신기옥씨는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없다.
이 수사에서는 신명→양승덕 전 경희대 교직원→김병진 전 한나라당 상임특보→은진수 전 한나라당 클린정치위 BBK대책팀장→홍준표 전 새누리당 의원 순으로 편지가 이동한 것은 밝혀졌지만, 편지 작성을 지시한 인물이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이는 '봐주기 수사'로 규정돼버린 내곡동·불법사찰 사건의 수사 방식과 흡사하다. 내곡동 사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을 서면조사로 끝냈고,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은 조사하지 않았다. 불법사찰 사건에서도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이나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에 대해 '면피성' 조사만 이뤄졌다.
'1차 수사'를 답습한 결론 역시 비판 가능성을 키운다. 불법사찰 사건 수사가 2010년 1차 수사의 '업데이트'라면, 가짜편지 사건 수사는 2008년 '김경준 기획입국 의혹' 수사의 속편쯤 된다.
앞서 불법사찰 수사는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 일부 등을 제외하고는 2년전 1차수사의 결론대로 “청와대 개입은 없었다”고 결론냈다. 이런 수사 결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그런데 BBK 가짜편지 사건에서 검찰은 문제의 편지를 가짜편지가 아닌 '대필 편지'로 결론낸 것으로 전해진다. 신명씨가 김경준씨의 '감방 동료'였던 형에게서 들은 대로, 또는 지시받은 대로 옮겨적은 편지라는 것이다. 이는 “김경준의 거짓말에 모두가 속았다”는 2008년 수사의 결론과 다를 게 없다.
가짜편지의 작성자 신명씨는 이날 다수 언론사에 e-메일을 보내 “(편지는 현재 실형 복역 중인) 은진수씨가 만든 원본을 보고 베낀 것”이라며 “2008년 수사 때 양승덕씨로부터 '최시중·이상득씨가 이 모든 것을 핸들링하고 있으니, 형이 쓰라고 해서 보냈다고 계속 거짓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야당도 일찌감치 공세에 나섰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최근 “내곡동 사저, 민간인 불법사찰, BBK 가짜편지 등을 납득할 수 없는 방향으로 털고가고 있다”고 검찰을 비난했다. 이 사건 수사 결과가 어떻든 안 믿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에 대해 “눈 감은 사람들, 자기들 보고 싶은 거만 보는 사람들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 안경을 하나씩 맞춰주든지 해야겠다”며 “우리는 실체를 완전히 파악했다고 자신한다”고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야당 뿐 아니라 여당까지 특검론을 제기할 정도로 그간의 수사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다. 야당은 '3대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검 도입을 줄곧 주장하고 있고, 현 정권과의 선긋기에 나선 여당도 일부 호응하고 있다.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수사 결과를 전면 재검토한다는 점에서 검찰의 명예가 손상될 수밖에 없다.[BestNocut_R]
이 와중에 또 하나의 '폭탄'이 검찰 앞에 놓여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백방준 부장검사)가 수사 중인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이다.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뛰어내렸다”고 주장한 조 전 청장의 발언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다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