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오른쪽), 시진핑 중국국가주석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10일 공식 타결된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양국 정상회담 직전까지도 진통에 진통을 이어갔다.
양국 정상의 공식 타결 선언 직전까지도 전혀 성사 여부를 가늠할 수 없었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FTA 협상 타결은 올해 한국과 캐나다의 경우도 그러했듯, 보통 하루 전날부터 미리 결정돼 엠바고 자료로 배포되고 양국 정상의 선언과 함께 공개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양국 정부가 이날 '실질적 타결'이란 용어를 선택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치열했던 그간의 협상 과정을 반영이나 하듯 핵심 쟁점에 대한 최종 조율 과정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뜻이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2012년 5월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후 11일 공식 타결까지 14번의 협상을 진행해왔다.
베이징에서 열린 첫 협상에서는 분야별 '협상기본지침'(모델리티)에 관한 운영세칙이 논의됐고, 같은해 7월 제주도에서 열린 2차 협상에서 양측은 원산지·통관·무역원활화를 FTA 협정문에 별도 챕터로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또 한 달뒤인 2012년 8월 중국 웨이하이에서 열린 3차 협상에서는 상품 분야에서 민감도에 따라 품목들을 3가지 군으로 나누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초민감품목군'과 '민감품목군', '일반품목군'에 어떤 상품을 포함시킬지를 놓고 논의가 이어져왔다.
'초민감품목군'은 FTA 대상 상품 가운데 관세 철폐에서 제외되는 10%의 상품을 가리킨다. 나머지 90%는 10~20년 이내 관세를 철폐하는 '민감품목군'과 10년 안에 관세를 없애는 '일반품목군'으로 분류됐다.
같은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4차 협상에서는 지적재산권을 협상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양국은 또 새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 중국 하얼빈에서 5차 협상을 열고, FTA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중 양국은 같은해 6월 27일 정상회담을 가진 뒤 7월 부산에서 6차 협상을 가졌다. 이 협상에서는 상품 모델리티와 협정 대상 및 범위 등에 대해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
이를 토대로 양국은 2013년 9월 중국 웨이팡에서 열린 7차 협상에서 모델리티 합의를 이끌어내며 1단계 협상을 마무리했다.
양국은 상품 분야에서 품목수 기준 90%, 수입액 기준 85% 수준의 자유화에 합의하는 한편, 서비스·투자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협정을 맺는 데도 합의했다. 또 지적재산권과 경쟁, 전자상거래, 투명성과 환경 분야도 2단계 협상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같은해 11월 인천에서 열린 8차 협상에서는 상품 분야에서의 문안 협의가 이어졌고, 서비스·투자 부문에서는 금융·통신·자연인의 이동에 대한 양측 입장을 포함하는 초안 교환도 이뤄졌다.
양국은 올해 1월 중국 시안에서 9차 협상을 갖고, 핵심 쟁점이자 양허에서 제외되는 '초민감품목군' 명단에 대해 입장을 교환했다.
우리측 '초민감품목군'에는 쌀·감자를 비롯한 식량 작물, 돼지·소고기를 포함한 축산물, 감귤·배·사과·단감 등 과일 및 채소류, 국화·장미 등 화훼류, 밤·송이 등 임산물과 김치를 포함한 일부 가공식품 등이 포함됐다.
우리측은 또 디스플레이와 자동차, 화장품과 철강 및 석유화학제품 등 주력 품목이 포함된 공산품 시장 개방을 요구했지만, 중국 역시 이들을 '민감품목군'에 포함시키며 최대한 개방 시기를 늦추는 데 주력해왔다.
이에 따라 양측은 올 3월 일산에서 열린 10차 협상과 중국 쓰촨성에서 5월 열린 11차 협상, 7월 대구에서 열린 12차 협상, 또 지난 9월 베이징에서 열린 13차 협상까지 불꽃튀는 기싸움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한·중 FTA에 보다 적극적인 중국측이 12차 협상 도중 다른 나라와의 FTA에서는 최초로 '네거티브 방식' 도입에 합의하기도 했다. 적시한 품목 외에는 모두 개방하는 방식으로, 후속 협상을 통해 서비스·투자 분야에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