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다소 늘더라도 원리금 상환, 전월세 자금 마련 등으로 쓸 돈은 없다. 계층간 양극화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통계청ㆍ금융감독원ㆍ한국은행이 공동으로 전국 2만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확인된 우리나라 가계 살림살이의 전반적인 상황이다.
소득 평균값은 지난해보다 연 200만원 정도 늘었지만 소비지출은 4만원밖에 늘지 않았다. 세금과 은행 이자, 연금으로 나가는 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전체 가구 10명 중 6명은 은행빚이 있고 가구당 평균부채는 5천994만원으로 1년 전보다 2.3% 늘었다.
전세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상당수 가계는 소득이 늘어나도 전세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기준 시점이 3월 말인데 최근에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양극화와 취약계층의 빈곤도 심화되고 있다.
순자산 기준으로 상위 20%에 해당하는 가구의 평균 자산은 9억8,223만원으로, 하위 20% 2,845만원보다 35배나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상위 20% 가구가 전체 자산의 58.9%를 보유한 반면, 하위 20%는 자산의 1.7%만 갖고 있었다.
특히 은퇴 연령층 가구의 빈곤율도 53.1%에 달해, 은퇴 연령층 가구의 절반 이상이 빈곤에 직면해 있다.
부와 소득이 최상위에 집중되면서 빈부격차가 커지고 중하위계층의 가계부채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국민 대다수가 소비할 여력이 없으니 경제활성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 조사를 보면 실질 실업율은 10%에 달하고 있다.
결국 경제의 핵심 주체인 가계가 소비를 할 수 없어 내수증가를 억제하고 이것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다.
양극화의 심화는 사회적 통합과 안정까지 저해한다. 이 문제는 단순히 부동산 경기 활성화나 정부의 재정확대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경제 활력의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경제민주화와 소득증대 정책을 통한 민간 소비 회복과 분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춰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