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겨울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냄새를 풍긴다. 월급쟁이들은 다시 한번 당시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회사에서 잘릴 수 있다", 고용이 불안하다는 위기감이다.
이번달에는 '2015년 경제운용 계획' 발표가 예정돼 있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나 기획재정부 고위관료,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까지 종합해 보면, '노동시장의 유연화' 가 핵심 과제다.
정규직이 너무 경직돼 있으니 임금 체계를 바꾸고 고용 안정성도 과하게 보호하지 말자는 게 그 내용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부담에서 벗어나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그래서 경제성장이 된다는 논리다.
정확히 같은 얘기가 IMF 때 나왔고 실제 정책으로 관철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비정규직이 급속도로 늘고 원청-하청 구조가 고착화된 시점이다. 용역직, 계약직, 사내하청, 위탁계약 등 수많은 가지가 쏟아져나왔다.
최근 논란이 됐던 아파트 경비원 분신자살 사건의 경우 아파트 주민과 하청 업체를 낀 간접 계약이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직접 계약 형태였던 경비근무가 이렇게 바뀐 것도 이 때다. 계약 갱신을 앞두고 해고 위기에 처한 강남지역 아파트의 한 경비원은 "IMF 때 이렇게 만든 것 아니냐, 정부가 경비원들 쉽게 잘리게금 만들어 놨는데 그걸 정상으로 만들 생각은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한국 고용시장이 경직되어 있고 해고가 어렵다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정부여당의 인사들이 자주 인용하는 프레이저 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의 노동시장 경제자유 순위는 133위다.
하지만 프레이저 지수는 해당 국의 고용주가 노동 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주관적인 내용이 평가항목이다. 국제노동기구가(ILO)로부터 해고가 얼마나 쉬운지 여부가 지수로 산출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독일과 스웨덴 등 이 보고서에서 우리보다 경제자유가 높은 것으로 나타는 나라들은 해고나 실업에 대한 대책, 즉 사회안전망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
프레이저 보고서와 함께 '노동 유연성을 해치는 사례'로 매번 등장하는 게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프레임으로 몰려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들은 전체 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작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88%가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