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을 강타한 문제의 '정윤회(박근혜 대통령 측근) 문건'과 관련해 청와대 측이 문서 성격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애초 문서를 작성·유출한 것으로 의심한 박모 경정(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 공공기록물 유출 혐의(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는 정윤회 씨가 이른바 '십상시'(비선조직)를 통해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청와대가 공공기록물로 봤다는 뜻이다.
공공기록물은 공공기관이 공적 업무 과정에서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도서·대장·카드·도면·시청각물·전자문서 등을 일컫는다.
해당 문건이 공적인 문서라고 규정하면서도 청와대 측은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찌라시 수준"이라고 폄훼하는 모순을 보이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찌라시 수준의 풍문을 모으는 게 '공적 업무'와 연관됐다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청와대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도 나서 "조금만 확인해보면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을 의혹이 있는 것 같이 몰고 가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내용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하지만 진실공방이 한창인 가운데 청와대 측은 돌연 해당 문서를 '대통령기록물'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청와대 측 법률대리인인 손명교 변호사는 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기록물은 공공기록물 보다 엄격한 관리와 보안이 필요한 문건이다. 대통령과 대통령 보좌·자문·경호기관 등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해 생산한 문건이 해당된다.
손 변호사는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을 처음 보도한 세계일보 사장과 기자들에 대한 고발건(출판물에 의한 명예혜손 혐의)과 관련해 청와대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같은 문건을 두고 청와대는 한번은 공공기록물이라고 했다가 다시 대통령기록물로 보고 법정대응을 하는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안에서도 문건의 성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못했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문건의 성격은 변했지만 내용에 대해선 일관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손 변호사는 "문서 작성자인 박모 경정이 쓴 내용은 보고라인에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됐고 대통령에게는 보고되지 않았다"면서 "(국정 개입 의혹을 받는) 정윤회 씨가 청와대 인사들과 회합한 사실이 만약 있다면 그 부분을 소명하는 것은 세계일보 측의 몫"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신빙성이 낮은 찌라시 수준의 문건이, 더군다나 대통령에게 보고도 되지 않는 문건이 대통령기록물이라는 주장을 놓고 또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찌라시 수준의 문건과 국정운영과의 연관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을 촉발시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대통령기록물이었다.
때문에 청와대가 대통령기록물로 판단했다면 신빙성이 전혀 없는 문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내용이 실제 모임에 참석해서 듣지 않으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세한 것이었다"며 60%이상 진실이라고 주장해 내용의 신빙성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