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씨 (자료사진)
국정개입 의혹의 한 중심에 선 정윤회 씨의 말이 바뀌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들과의 연락을 완전히 끊었다며 단호하게 의혹을 부인하던 정 씨는 단 하루 만에 이재만 비서관과의 통화 사실을 시인했다. 청와대도 한발 물러섰다. 상대측 폭로에 교묘하게 말을 바꾸면서 의혹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정윤회 씨가 청와대 비서관들과의 회동에 대한 세계일보 보도가 나간 뒤 언론에 최초로 입을 연 것은 지난 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였다.
정 씨는 이때 "대통령은 물론 3인 측근 비서관들과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10인이 회동해 국정을 논의하고 내가 인사 등에 개입했다는 것은 완전한 낭설이자 소설"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정개입은 커녕 청와대 비서관들과는 연락도 끊고 있다"면서 "통화기록이든 CCTV든 나에 관한 모든 것을 수사하라", "모든 걸 조사하라. 하나라도 잘못이 있으면 감방에 가겠다"며 다소 격앙된 어조로 결백함을 강조했다.
"연락도 끊고 있다",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정 씨의 말은 그러나 단 하루 만에 뒤집혔다.
조응천 전 공직기관비서관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한명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윤회 씨가 지난 4월 연락한 것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조 전 비서관은 정윤회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했다는 시사저널의 보도와 관련해 자신과 통화를 원했지만 거부하자 이재만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 대신 "(정윤회 씨의)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했다고 전했다.
정윤회 씨가 이재만 비서관에게 연착을 취해 조 전 비서관과의 통화 연결을 부탁했다는 것으로 수년간 절연했다는 발언과 대치되는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정 씨와 절연한 것처럼 얘기해온 이 비서관이 정 씨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이게 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같은 조 전 비서관의 주장에 정윤회 씨는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정 씨는 2일 오후 방송된 KBS와의 인터뷰에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만나려고 했지만, 조 비서관이 만나주지 않아서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접촉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또 정 씨는 이날 YTN 인터뷰에서도 조 전 비서관이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밝힌 '(정 씨의 전화를 받지 않았더니) 4월 11일 퇴근길에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전화를 좀 받으시죠'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정 씨는 올 4월에 이재만 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주간지에 보도된 박지만 씨 미행 사건과 관련해 조 비서관과 통화를 하려고 했지만 연락이 안 돼 이 비서관에게 연락을 해 달라고 부탁해 달라 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또 정윤회 씨는 최근에도 이 비서관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이번 사건 터지고는 제가 (이 비서관과) 통화했다"면서 이 비서관에게 "왜 (문고리) 3인방과 이렇게 자꾸 문제가 불거지는지, 이제는 나도 내 입장을 얘기해야겠다. 그쪽(청와대)에서도 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도 이날 뒤늦게 관련 사실을 시인했다. 청와대는 "정윤회 씨가 청와대 핵심으로 거론되는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지난 4월 연락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통화는 했지만 "만남은 없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