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차기 행장 후보로 확정된 (왼쪽부터)이광구 부행장,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김승규 부행장 (자료사진/노컷뉴스)
우리은행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가 이광구 부행장(상업은행),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한일은행), 김승규 부행장(한일은행) 등 3명을 차기 행장 최종 후보군으로 확정했다.
한달 전까지만해도 가장 유력한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됐던 이순우 현 우리은행장(상업은행)은 행추위 하루 전날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윗선에서 특정후보를 민다는 것을 알면서 눈치 없이 자리를 지킬 경우 조직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순우 행장의 연임 포기로 상업은행 출신 1명과 한일은행 출신 2명이 최종 레이스를 펼치게 됐다. 우리은행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융합된 조직이다. 1999년 IMF 외환위기로 두 은행이 합병됐기 때문이다.
이후 우리은행은 두 은행 출신 간 균형을 이루며 성장해왔다. 'KB사태'에서 보듯이 한 쪽이 소외됐다고 느끼는 순간 채널 간 갈등은 불거지고 조직 자체가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우리은행의 생존을 위한 균형 법칙은 지금까지 깨진 적이 없었다는 게 우리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균형 법칙이 도전받고 있어 이번 행장 선임을 바라보는 조직원들의 마음은 싱숭생숭한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 최종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후보자의 출사표를 들어봤다.
◈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조직 안정의 최고적임자"김양진 전 수석부행장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특정 후보의 내정설에 대해 "제가 마지막 후보로 이름이 올라갔다는 것 자체가 행추위가 공정하게 뽑으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공정경쟁을 위해 기회가 주어진 만큼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말했다.
조직의 안정성 면에서는 자신보다 적임자가 없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김 수석부행장은 "제가 합병 초대 노조위원장을 하면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노조를 합병했는데 이 시기에 합병은행의 어려움을 보고 느끼며 화합과 균형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했다.
현재 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대해서는 "지금 여러가지 낭설이 많지만 우리은행은 중요한 기업"이라며 "주인의식을 가지고 봉사하는 조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김승규 부행장 "내정설 연연안해…소신피력 기회 줘 감사"김승규 부행장 역시 이번 내정설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다. 내정설이 있긴 하지만, 행추위가 자신에게 행장 후보로서의 소신을 피력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는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서다.
김 부행장은 "내정됐다는 얘기가 많지만 내 의견이나 생각을 피력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다"며 "내정자 얘기가 돌았다고 해서 후보 면접을 안보겠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조직 안정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승규 부행장은 우리은행 민영화 실패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그렇다고 이번 민영화 실패가 경영진이나 당국의 책임으로 보지는 않았다. 시장 여건이 잘 맞지 않았던 것으로 봤다.
김 부행장은 "경영권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는 시장에서 우려와 부정적 인식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우리은행 매각은 시장여건이나 수요가 잘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지 경영진이나 당국의 책임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직에 발전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었다.
이어 "앞으로 우리은행이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을 잘 수용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며 "민영화가 잘돼서 우리은행 스스로의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가 기대하는 모습, 무조건적으로 퍼주고 지원하고 그런게 아니라 적절한 역할과 우리가 금융산업 발전과 우리은행 발전에 대해서 어떤 모양이 될지 개인적인 고민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우리가 민간은행이 된다면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높이면서 금융의 역할 공공성, 금융산업이 낙후돼있는데 어떻게 하면 한 발 나아갈수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이광구 부행장 "합병 15년… 상업-한일 출신 구분 의미없어"내정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이광구 부행장은 말을 아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