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증세 없는 복지'를 놓고 새누리당 지도부와 청와대, 정부가 충돌하는 양상을 띠고 있지만 기조변화에 대한 청와대의 반대가 완강하고 당내에서도 각론에서 의견이 분분해 증세가 여권 내 노선투쟁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아울러 신임 지도부 입장에서는 청와대와 협의없이 논의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 문제가 리더십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유지해 온 복지·조세정책 기조에 대해,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들의 당선은 당 내부의 '증세없는 복지' 규탄 움직임을 촉발시켰다. 담뱃세 인상·연말정산 논란으로 등돌린 민심을 되돌리고 국정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운명을 함께 하는 여당이라도 '쓴소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다.
심재철 의원은 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민들은 증세없이 복지를 늘리는 것이 가능하지 않고, 정부가 꼼수증세를 하고 있다는 것을 훤히 꿰뚫고 있다"고 날을 세우며 "복지냐 증세냐를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무상보육·무상급식 등 무작정 복지에 쓰이는 비용 중 줄일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철저히 짚어보는 것이 국민 혈세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정병국 의원도 "증세없는 복지를 주장한 박근혜 정부의 공약가계부로 인해 국가 재정건정성이 망가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미 증세를 시행했으면서 '증세는 없다'고 발뺌할 것이 아니라 솔직히 국민들에게 내용을 털어놔야 한다. 정책추진 미숙과 실패를 인정하고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처럼 당내에서 '논의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논의의 방향'을 놓고는 아직까지 일치된 당론이 없다.
즉 대안으로 '증세 있는 복지'를 할 것인지, '증세 없도록 복지 축소'를 할 것인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논의가 본격화하는 경우 당내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당의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똑같이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해법을 두고는 입장차이를 보인다. 김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복지 지출의 구조조정을 시행해 중복과 비효율을 없애야 한다. 증세는 대안을 찾을 수 없을 때 추진할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 원내대표는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관련 질문에 "증세를 만약 한다면 당연히 가진 자한테 세금을 더 부과하는 그런 증세가 돼야 한다"면서 증세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한 새누리당 의원은 "당내에서도 증세없는 복지 자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다. 아직까지 합의된 방향이 없다"며 "당에서는 증세론보다는, 현재 제시된 '증세없이 세수를 확보하는 방법'은 부족하니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정도의 의견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연말정산의 경우 세액 공제로 바꿀 때 반대도 있었지만 결국 세수를 늘려야 한다는 논리로 강행된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 정책을 사실상 증세라고 말하면 큰일난다. 섣불리 증세를 주장하고 나오기도 매우 민감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당이 증세 쪽으로 결론을 내는 경우 청와대, 정부와 또 다른 갈등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증세없는 복지'는 박근혜정부의 중점 정책으로 진행돼 온 사항이고, 철회하는 경우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실제로 국회에 출석해 기조를 바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RELNEWS:right}
그는 4일 국회 기획재정위 현안보고에서 '증세없는 복지' 논란과 관련해 "아직 증세까지 갈 단계가 아니다. 국민 공감을 얻어 마지막 수단으로 증세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세율인상이나 세목신설을 해야 증세"라며 '서민 증세'라는 야당의 비판을 반박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대통령의 공약은 당시 시대적 상황을 수용해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갖고 있던 시대정신을 스스로 뒤로 돌리는 것이 쉽겠느냐. 어찌보면 굉장히 어려운 문제를 새 원내대표가 들고나온 것인데, 어찌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약속 파기나 공약 폐기, 이런 차원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면서 "상황이 바뀌었으니 국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