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다룰 주제는요?
◆ 김성완> 어제 이른바 이완구 녹취록 2탄이 공개가 되어서 아주 시끄러운데요. ‘언론사 간부들에게 얘기하면 기자의 보직을 바꿀 수도 있다’, 이런 발언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얘기가 이 녹취록에 담겨 있습니다. 총리 후보자 보도 통제용으로 전락한 ‘김영란법’,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저도 녹음 내용을 들었는데 충격적이었어요, 정말.
◆ 김성완> 저는 뭐 제 귀를 의심하기도 했고 좀 전율 같은 것도 느껴지도 했는데요. 이게 과연 총리 후보자가 할 수 있는 말일까, 놀랍기도 하고 좀 두렵기도 했습니다. 녹음된 내용은 지난달 27일날 있었던 건데요. 이완구 후보자가 점심 때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서 밖으로 나오다가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 4명과 같이 가게 됐다, 그 자리에서 한 발언이었다, 이런 건데요. 두 부분으로 발언이 나눠져 있습니다. 첫째 권언유착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발언인데요. 뭐 이런 식입니다. ‘너희 선배들하고 형제처럼 산다’, ‘40년 된 인연이다’, 이러면서 언론인과 친분을 과시하고요. ‘내 친구도 대학 만든 놈들 있으니까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줬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언론인들을 그런 자리에 앉혔던 그런 힘 있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과시하기도 하고 그런 점을 생각해서 보도를 좀 잘해 달라, 이런 뜻도 거기에 포함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둘째 ‘김영란법’ 처리를 두고 반말로 기자를 겁박하는 내용인데요. 이런 내용입니다. '내가 김영란법 막고 있잖아, 그렇지? 욕 먹어가면서 내가 이번에 통과시켜버리겠어, 나는 가만히 있으면 돼', 이런 말을 하고요. 이어서 이런 말도 덧붙힙니다. '법 통과시켜서 여러분들도 한번 보지도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 가서 당해 봐, 아마 검경에 불려다니면 막 소리지를 거야',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 박재홍> 이건 뭐 거의 어떤 협박 같은 수준의 그런 얘기인데, 새누리당에서는 불법 녹취한 거니까 공개해서는 안 된다, 이 후보자는 평소 안면 있는 기자들과 편한 자리여서 말을 한 거다, 이렇게 반박하고 있는데요.
◆ 김성완> 먼저 새누리당의 독수독과론부터 얘기를 하면 좋겠는데요. 이게 삼성 X파일 때 나왔던 논리입니다. ‘독이 든 나무에 열리는 과실도 독이 들어 있다.’ 그러니까 당사자한테 허락 받지 않고 녹취한 거니까 그 내용은 공개를 하면 안 된다, 이런 내용인데요. 이건 뭐 사법적인 잣대에 관한 논리가 될 것 같고요. 도덕성까지 검증을 하는 인사청문회에서는 또 다른 차원으로 얘기가 되어야 될 것 같습니다. 둘째 안면이 있는 기자들에게 편하게 말한 거다, 이런 이제 이완구 후보자의 반박은 기자들이 좀 실소를 금치 못할 말인 것 같습니다. 굳이 얘기하자면 기자들이 밥 사 먹을 돈이 없어서 정치인들하고 밥 먹고, 뭐 술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정치인들하고 술 먹는 건 아니잖아요.
◇ 박재홍> 일의 연장이죠.
◆ 김성완> 그러니까 기자들한테 술자리나 밥자리는 곧 취재의 연장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공인에게 있어서 술자리나 밥자리 역시 마찬가지로 공적인 역할로써의 한 연장선이라고 봐야 될 것 같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편한 자리였기 때문에 그냥 편하게 막 얘기를 한 거다라고 이렇게 얘기하는 건 좀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 박재홍> 그동안 정치인과 기자들 사이에 사건이 참 많았어요.
◆ 김성완> 정치인들은 기자들과도 부대끼면서 살아야 하는 처지이기도 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모르게 동류의식이 싹트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부 언론인들 같은 경우에 권력의 달콤한 유혹에 빠지기도 하죠. 아시다시피 권언유착 사례가 무수히 많죠. 그렇지만 정치인들이 갖고 있는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도 사실은 강합니다. 예를 들면 친구랑 숨어서 과자를 함께 막 나눠먹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들켰는데 나만 막 혼내는 거 그런 상황 같은, 아마 그런 심리를 정치인들은 갖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렇게 하다 보면 ‘왜 나만 혼내’라고 하는 그런 심정이 생기고 분풀이를 하게 되는 그런 쪽으로 연결이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정치인들과 기자 사이에 여러 가지 사건이 생깁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막말 사건인데요. 김 대표가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당 연찬회에 참석을 했는데 정상회담 대화록을 사전에 입수해서 읽어봤다고 폭로한 기자에게 ‘기사를 엉터리로 쓰면 나한테 두들겨 맞는다.’ 이런 얘기를 해서 시끄러웠던 적도 있었고요.
◇ 박재홍> 맞는다.
◆ 김성완> 네, 김재원 전 원내수석부대표의 폭언 사건도 있었습니다. 대변인으로 내정된 직후에 기자들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사적인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정보보고에 올리냐, 내가 다 알고 있다, 우리한테 다 들어온다, XX들아.’ 이러면서 욕설을 해서 한번 또 시끄러웠던 적도 있었습니다.
◇ 박재홍> 이완구 총리 내정자 발언으로 넘어가면, 술자리 막말 수준이 아니라 ‘김영란법’ 통과를 앞두고 기자들에게, 언론인들에게 협박조로 말했다, 이게 더 심각한 부분 아니겠습니까?
◆ 김성완> 맞습니다. 이게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요. 굳이 제가 과거 얘기를 꺼낸 이유가 여당 정치인들의 왜곡된 언론관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인데요. 기자와 형님, 동생하면서 죽고 못 사는 척 하지만 결국 본심은 언론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 뭐 이런 겁니다. 그래서 어제 이완구 총리의 발언의 교훈은 첫째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을 언론사 전체로 확대하면 절대 안 된다는 사례를 보여준 것 같습니다. 만약 적용대상에 포함한다면 정치인이 언제든 검찰을 동원해서 기자들 뒷조사하고 입막음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런 걸 보여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또 둘째 ‘김영란법’은 이달 내 원안 그대로 바로 처리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 붙이자면 이 후보의 발언을 보면서 기자들도 좀 부끄러워해야 한다, 기자들이 앞으로 이런 말을 듣지 않도록 행동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도 좀 듭니다.
◇ 박재홍>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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