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신임 무역협회장
"글로벌 경제 위기가 온 것은 시장의 원리를 따르지 않은 제도와 정책 때문이다."
무역협회장의 새얼굴로 내정된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장의 첫마디이다.
그는 "시장의 원리에 맞게 제도와 정책을 바로잡는 구조개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처방까지 내렸다.
김인호 회장 내정자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불러올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의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다.
다른 이도 아닌 김 내정자가 경제위기를 운운하며 구조개혁 필요성까지 얘기하는 것은 많이 어색해 보인다.
꼭 김 내정자에게 본인도 인정한 글로벌 경제위기 시점에 무역협회장의 중책을 맡겨야 하는 이유가 애매모호하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관피아’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정책의 안정 기조 유지를 위해 관료 출신 인사를 추대할 것이라는 정부쪽 전망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그토록 비판받았던 관피아 적폐를 시정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이 있었던 만큼 한가닥 기대는 있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관’이 아닌 ‘민’쪽의 회장이 나와 무역협회도 민간체제의 자율적 수출기관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는 기대섞인 전망이 적지 않았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한덕수 회장이 사임의사를 밝힌 지 불과 사흘 만에 후임인사가 정해진 것도 현 정부 들어서의 인사 관행으로 볼 때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미 ‘준비된 인사’였다는 추측과 함께 세밀하지 못한 인사였다는 비판이 함께 나오고 있다.
김 내정자는 문민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 당시 지금의 ‘경제실세’로 통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각별한 연을 맺게 된다.
바로 경제수석 비서관과 보좌간의 만남이었는데 같은 해 외환위기가 터진다.
김 내정자는 강경식 당시 경제부총리와 함께 외환위기 실상을 축소한 혐의로 나란히 검찰에 기소된 뒤 2004년 무죄판결을 받는다.
{RELNEWS:right}그 후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전달하기 위해 민간연구분야에서 여러 직책을 맡아 수행했고 시장경제연구원장으로 일해왔다.
지난해부터는 정부 제2기 중장기전략위원회에서 민간위원장을 맡아 정부측 당연직 위원장인 최경환 부총리와의 연을 다시 이어갔다.
전임 한덕수 회장은 연임을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총회를 2주 앞둔 지난 14일 갑작스레 사퇴의사를 밝혀 이미 ‘경질설’을 감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73세 고령의 김 내정자가 ‘적재적소’의 인사였음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그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