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홍용표 통일비서관,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료사진)
설 연휴가 끝난 만큼 4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야의 인사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개각은 집권 3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에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이뤄져 자연히 인사청문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7일 통일부장관(홍용표), 국토교통부장관(유일호), 해양수산부장관(유기준), 금융위원장(임종룡) 내정자가 발표됐다.
유기준 해수부장관 내정자의 경우 해양전문변호사 출신으로 17대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를 거치는 등 전문성 면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미 자녀의 위장전입 의혹 등이 불거져 도덕성 부분에 날선 검증이 예상된다. 22일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은 유 내정자의 배우자가 중학교 입학을 앞둔 딸과 함께 석 달 동안 주소지를 옮겼다며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했다.
황 의원은 행정자치부 자료를 인용해 부산 대연동에 살던 유 내정자의 배우자와 큰 딸이 지난 2001년 11월부터 2002년 2월까지 대연동에 있는 지인의 아파트로 전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 내정자 본인과 작은 딸, 막내아들은 주소지를 옮기지 않았다며, 큰딸이 중학교 입학을 앞둔 시점에 주소 이전이 이뤄진 만큼 위장전입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 측 관계자는 유 내정자 측이 "분양받으려던 아파트의 공사가 지연돼 일단 주소만 옮겨 학교를 배정받으려 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야당은 또 수십억 상당의 재력가인 유 내정자에 대한 재산형성과정을 집중 검증할 방침이다. 인양 절차를 남겨두고 있는 세월호 참사 수습 등에 대한 관련 정책 질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장 내정자인 임종룡 NH금융지주 회장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임 내정자는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함께 금융권에 모피아 논란을 일으켰다.
2013년 국무총리실장을 지내다 같은 해 5~6월까지 약 한 달 동안 자본시장 연구원의 고문 겸 초빙위원을 역임했다. 이어 같은 해 6월 5일 농협금융 회장 후보로 선임됐다.
또 지난해 초 농협카드 개인정보 유출사건 등 금융사고 역시 임 내정자의 회장 임기 중 벌어진 일이어서,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조직의 안전보안 관리에 소홀했다는 자격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인사발표 직후 "임 회장과 같은 현직 금융회사 수장을 감독기관인 금융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게 과연 온당한지 의문"이라며 "청문회를 통해 적임자인지 확실히 검증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도 "임 회장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은행 회장직을 수행한 전형적인 관피아"라며 "하나마나 한 개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일호 국토부장관 내정자는 '전문성'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 내정자의 경우 당 내 대표적인 조세전문가이지만, 교통·주택·건설 분야의 전문성은 입증되지 않았다는 평이다.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국토부와 해수부 장관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친박계 의원들을 중용하고 통일부장관에 청와대 비서관을 승진시켜 인재풀의 협소함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한 새누리당 의원은 "당에서 정책위의장을 맡은 경험도 있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용표 통일부장관 내정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실무위원을 지냈고, 이어 현 정부 통일 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과 '드레스덴 구상'에 정통한 '통일정책통' 이란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1급 청와대 비서관에서 차관급을 건너뛰고 바로 장관에 내정된 점이나 전임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비교했을 때 뚜렷한 자신만의 색깔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야당은 또 홍 내정자가 2005년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신으로 뉴라이트 싱크넷 발기인에 이름을 올린 점 등을 지적하며, 정치적 중립성·역사관·대북관 등을 문제삼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4대 부처 개각 인사청문 과정에서 '정치공세'는 지양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향후 인사청문 과정에서 흠집내기식 정치공세나 무분별한 의혹 부풀리기는 지양돼야 한다. 성숙한 검증태도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