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 (자료사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또 다시 무상급식 문제를 의제화하고 나섰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다음 달부터 무상급식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청와대와 정부, 여야 정치권, 지방자치단체, 각 시도교육청은 무상시리즈 예산 문제에 빠져들게 됐다.
특히 일부 시도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바닥나면서 무상 복지 문제가 정치권의 급한 불길로 번지게 됐다.
경상남도는 9일 4월부터 무상급식을 중단하고 유상급식으로 전환하겠으며 그 예산을 서민 자녀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데 쓰기로 했다.
경남도는 여유 있는 학생들의 무상급식을 할 필요성이 없다며 올 예산 257억원을 깎았다.
따라서 무상급식을 받아온 학생 21만 9천여명 가운데 의무급식 대상인 저소득층 6만 6천여명을 제외한 학생 15만여명은 다음달부터 급식비를 내야 한다.
경남도는 이렇게 마련한 643억원으로 10만 서민 자녀들에게 연간 5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전면 무상급식비에서 중산층과 고위층 자녀들의 급식비를 빼 저소득층과 서민 자녀들에게 쓰겠다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 교육청, 도 의회 등과 협의를 거쳤거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중단에 반발하고 있으나 홍준표 도지사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완강한 태도다.
지자체가 무상급식을 중단한 것은 경남도가 처음이다.
경기도와 광주시 등 전국의 지자체들은 어린이들의 누리과정 예산이 없다며 아우성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홍준표 지사의 2차 무상급식 중단 도발이다.
전국 각 시도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이 바닥을 드러냈다며 3월 또는 4월부터 누리과정 지원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당초 약속한 누리과정 예산 5천여억원이 아직 지원되지 않고, 지방채 발행을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들은 다른 예산 일부를 끌어다 어린이집 관련 예산으로 돌려막기를 했으나 이마저도 말랐다.
가장 심한 곳은 광주시로 광주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이 이미 1월과 2월 모두 소진돼 이번 달부터 어린이집 지원 예산이 한 푼도 없는 형편이다.
서울과 강원, 전북, 인천시, 제주도 등도 3개월 치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만을 편성한 상황이어서 4월부터는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경남과 충북은 4개월, 경기는 4~5개월, 울산은 5개월, 경북과 전남·세종·대전시도 6개월분만 확보한 상태다.
정부의 시행 대책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각 시·도의 누리과정 지원은 줄줄이 끊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11월 3월 "감사 없이는 무상급식 지원을 할 수 없다"고 선언한 이후 국회에서는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다뤘으나 여야의 극한 결로 인해 대충 마무리지었다.
예견됐던 일이 터진 것이다.
추가로 필요한 누리과정 예산은 1조 3,608억원이다.
4월 국회에서 당장 편성하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지키기 어렵게 된다.
교육부는 기획재정부와 목적 예비비 5,464억원 집행 문제를 협의하고 있으나 기재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연말과 마찬가지로 오는 4월 임시국회도 무상시리즈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게 뻔해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우선 처리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당장 발등의 불이 된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지원 중단 문제로 인해 우선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홍준표 지사가 선봉장을 선 것처럼 새누리당은 무상급식을 선별적으로 시행하자는 안을 들고 나올 것이고, 반면 새정치연합은 무상급식은 그대로 둔 채 누리과정 예산의 정부 지원을 요구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전면 무상급식 중단에 따른 남는 예산을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으로 전환하자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할 공산이 있다.
여야가 무상시리즈와 관련한 기존의 주의·주장과 진영 논리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여야 정치권과 청와대, 정부, 전국의 지자체, 교육청들이 무상 복지 문제에 한데 엉켜버린 '무상시리즈'문제를 대충 얼버무려 봉합하려 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