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박재홍의>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왼쪽부터)천정배 전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자료사진)
2000년대 초반 당시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의 정풍운동을 주도했던 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세 사람을 '천신정'이라고 일컫는다.
'개혁의 아이콘'으로 정치개혁을 주도했고 참여정부 출범이후에는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으로 참여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정치인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한 때 대선후보까지 지냈던 정동영 전 의원은 국민모임의 인재영입위원장으로 활동 중이고 원내대표와 법무부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의원은 광주 서구 보궐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신기남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현역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개혁의 아이콘이었던 '천신정' 왜 이렇게 뿔뿔이 흩어졌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정동영 전 의원에 이어 천정배 전 의원도 탈당했는데 두 사람이 합류하거나 연대하는 것이냐?= 결론적으로 '아니다' 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두 사람의 기류는 달랐다.
천 전 의원은 "정동영 장관과 같이 하게 되느냐?"는 질문에 "같이 못할 것도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제가 말하는 것은 광범위한 세력과 연대하겠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천 전 의원은 "온건하면서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진보개혁세력, 양심적인 진보개혁의 뜻을 가진 분들과 널리 연대하겠다"면서 "널리 힘을 모으겠다는 뜻이니까 그 중에 정동영 장관이 함께하는 국민모임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동영 전 의원은 "천 전 의원의 입장과 조금 다른데 국민모임에서는 같이하자, 들어와라, 함께하자는 공식제의를 해놓고 있는 상태"라면서 "국민모임 내에서는 천을 돕자는 주장도 있는 반면 별도후보 독자후보론이 살아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국민모임 후보로 들어오지 않으면 정의당이나 천 후보나 등거리다. 아직 논란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국민모임에서는 천 전 의원은 영입해서 후보로 내고 싶어 하지만 천 전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했고 여러 세력과 연대를 하는데 국민모임이 그 여럿 중의 하나로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천 전 의원이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거냐?
천정배 전 의원 (자료사진)
= 정 전 의원은 시민단체 및 재야 원로들과 함께 '국민모임'을 구성해서 신당 창당 작업에 나섰다. 정 전 의원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세력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천정배 전 의원은 아직 세력은 없다. 그렇지만 그림은 더 크게 그리고 있다. 천정배 전 의원은 "'국민모임'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냐?"는 "저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일단 구상은 크게 한다는 얘기다.
천 전 의원은 "자신의 근본적인 관심은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이 수권세력으로서 재구성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야권을 보자면 재구성이 필요한 것이고 호남에서 보자면 호남정치의 개혁과 복원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큰 틀에서는 정권교체를 가져와야 한다. 그기에 기여하려는 것"이라면서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천 전 의원은 "1차적으로 광주 서구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 그 힘을 바탕으로 해서 야권의 재구성과 새판 짜기에 나서서 내년 총선에서는 야권이 훨씬 더 쇄신되고 개혁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 과거 정풍운동을 주도할 때는 호남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호남정치의 복원을 강조하는 건 뭔가 모순 아닌가?= 그런 점이 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질문하니까 천 전 의원은 "호남의 기득권을 유지하자! 우리끼리 잘해보자! 고 주장 하는 건 아니라면서, 제가 말씀드린 것은 호남정치를 복원하자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호남 개혁정치를 복원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전 의원은 "호남만 지역적으로 뭉쳐서 어떻게 집권을 하겠나? 호남이 지역주의를 내세워서 어떻게 성공을 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과거에 했던 것은 호남의 기득권에 머무르지 말자는 뜻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자구구국'(우리 자신도 구하고 나라도 구하자) 강조하고 있다"면서 "그런 비난은 자신의 본 뜻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전 의원은 "2000년 정풍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정권재창출이 되었다고 본다"면서 "권력이 고여서 썩었으면 다음 정권 창출로 못 갔을 것이다. 새로운 기풍이 진작이 됐으니까 정권 재창출로 갔다"고 평가했다. 정 전 의원은 다만 "정권 재창출을 이뤄낸 것은 공이지만 그 정치개혁이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정권을 놓친 것은 과"라고 덧붙였다.
▶ 천(천정배), 신(신기남), 정(정동영) 세 사람은 개혁의 상징이었는데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니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이렇게 갈라서는 것이지 철학이나 지향하는 바는 다르지 않다는 입장들이었다.
먼저 정동영 전 의원은 "천신정이 흩어졌다고는 볼 수 없고 서 있는 자리가 다를 따름"이라면서 "신기남은 현역의원이고 천정배는 출마를 선언했고 나는 국민모임에 합류한 것으로 서 있는 자리는 다르지만 지향점은 여전히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세 사람의 정치적 노선은 정치개혁을 화두로 진화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 "세 사람이 서 있는 곳은 다르지만 비전을 공유하고 있고 지향점은 같다. 세상을 바꾼다는 거대 목표의 수단으로서 노선과 가치에 있어서 동질성이 있다. 그 점에 있어서는 귀한 동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천정배 전 의원은 "큰 틀에서 천신정이 해체된 것으로 볼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역의원으로서 새정치민주연합에 남은 신기남 의원은 "한 때 개혁의 상징이었던 '천신정'에 대해 우리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개혁 동지들"이라면서 "그 당시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민심이 부응하고 언론이 도와줘서 살아남고 궁극적으로 이겼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신기남 의원은 "천정배. 정동영 전 의원이 당을 떠난 것은 그들로서는 모험을 하는 것으로 그 선택에 찬동하거나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걸 섣불리 비난하거나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 천신정이 다시 합치는 일이 있을까?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자료사진)
= 세 사람 모두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았다.
천정배 전 의원은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고 각자의 장에서 야당을 재구성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될 것"이라면서 "근본적인 관심은 큰 틀에서는 정권교체를 가져와야 한다. 그기에 기여하려는 것이지 새누리당을 도와주려고 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를 했다.
신기남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야권 통합을 해야 하지 않겠나. 지금까지 야권이 총선에서 통합을 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내년에도 통합내지는 연대가 필연적일 것"일면서 천신정이 다시 합치는 계기에 대해서는 "그럴만한 계기가 있다면 하겠지만 무조건 나가서 당을 만들자 이런 식의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의원은 "최근 신기남 의원의 주선으로 세 사람이 모인 적이 있다"면서 "(세 사람이) 관계가 좋다. 나쁠 일이 없다. 서 있는 자리만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어려울 것이고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새롭게 연대를 하거나 통합을 한다면 함께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 정치권에서의 평가는 어떤가?= 세 사람의 의견과 달리 정치평론가들의 평가는 혹독하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천신정은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개혁의 상징이었고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이었으며 참여정부 당정의 주류였다"면서 "이제는 그 시대가 마무리 되는 것이다. 일종의 세대교체"라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그런데 그 세대 자체가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상징들만 떨어져나가는 것이어서 세대교체가 예쁘지도 않고 물러가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지도 않게 됐다"면서 "그러다보니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천신정이 해체되는 모양새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선의로 해석하면 먼저 세대교체가 되는 것"이라면서 "다만 세대교체의 주역들이 이른바 열린우리당의 탄돌이 들인데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1996년 15대 총선을 통해 정치권으로 진출한 세대들이 새누리당에서는 당의 핵심으로(김무성, 이완구, 김문수, 홍준표, 이재오, 정의화, 남경필 등) 활동 중이지만 야당은 이 시기에 정치권에 영입된 (정동영, 천정배, 신기남, 김민석, 추미애, 김한길, 정세균 등) 인물들이 힘을 못 쓰고 있다"면서 "이는 열린우리당을 거치면서 일종의 세대교체가 빨리 이뤄졌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정동영, 천정배 두 사람의 탈당이 호남에서의 자기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으로 비쳐진다"면서 "열린우리당 창당할 때 전국정당 추구하면서 호남에 갇혀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는데 이제 와서 호남정치 복원을 내세우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최 교수는 "탈당의 명분이 약하다. 절박하게 탈당할 수밖에 없었구나 이렇게는 안 보인다"고 말했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두 사람이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으로 한 사람은 당 의장과 대선후보를 지냈고 한 사람은 원내대표와 법무부 장관을 지냈는데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에 대해 대중들에게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윤 센터장은 또 "과거에 천신정이 탈 호남을 내세워서 정풍운동을 이끌었는데 지금은 호남의 민심에 기대어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하는 것이어서 과거 개혁정치와 지금의 행보와는 괴리가 있다"면서 "매 시기마다 정치적인 주역으로 나선다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이(정풍운동) 야권의 여러 가지 계파들을 낳았고 그 계파들이 분열을 낳았던 요소였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천신정이 어느새 세대교체의 대상이 됐으니 이제는 막후에서 지원하고 어떤 면에서는 희생하고 해야 하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여전히 주도성을 놓지 않으려는 개인적인 정치목적이 강해 보인다는 해석이 주류를 이뤘다.
▶ 개인의 잘못만으로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다. 개인적인 측면도 있지만 당에서 자산인 중진들에게 역할을 주지 못하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신기남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천 전 의원을) 왜 안 잡고 싶겠느냐? 그러나 만나서 고작 한다는 얘기가 경선에 참여하라는 말 밖에 못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그런데 광주 서구지역은 작년 11월에 치열하게 지역경선을 한 곳으로 뚫고 들어갈 틈이 없는데 거기서 경선을 하라고 하는 얘기는 가혹한 얘기로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문제의 핵심은 당에서 이들에게 역할을 줄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정동영, 천정배를 안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 전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한 야권관계자는 "천정배 탈당은 도리 없는 선택으로 출마를 한 것"이라면서 "내년 총선애서도 공천을 준다는 보장도 없고 광주에서 재기를 노린다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로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