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2013년 5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14년 동안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20대 여성 A씨의 사연이 흘러나왔다.
"상담을 3년여 넘게 지속 중이지만, 제게는 늘 입을 떼는 첫 순간이 어렵습니다.
저는 4살부터 17살까지 친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하며 자라왔습니다.
상담 선생님은 '아버지'라는 말을 어려워하는 저에게 '가해자'라는 표현을 써도 된다고 알려주시더라고요"
스무살이 되던 해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이 사실을 말하고 상담을 받았던 A씨는 자신과 똑같은 처지인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도 건넸다.
"'절대 자책하지 마세요. 그건 나의 잘못이 아닙니다'
처음 상담 선생님이 저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는 얘길 들었을 때는 사실 의심스럽고 혹시 내 잘못으로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아닐까 고민했어요...
하지만 여러분 자책하지 마세요"그렇게 씩씩했던 그녀였지만 지난해 5월 중증의 우울증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월 6일 새벽 한남대교에서 한강에 몸을 던지려다 경찰에 구조된 B(24.여)씨는 A씨의 여동생이다.
경찰은 자포자기 상태였던 B씨를 설득한 끝에 자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B씨는 열 한살이던 2001년부터 3년동안 자신의 친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B씨보다 한 살 많은 언니 A씨를 상대로 친아버지는 무려 14년간 성추행하고 성폭행까지 한 것.
자매의 아버지는 아내가 일하러 나가고 없는 사이 "아빠와 함께하는 병원 놀이"라며 5살인 A씨를 성추행했다.
A씨는 아버지의 성추행 사실을 친할머니에게 말했지만, 오히려 할머니로부터 "말을 듣지 않으면 고아원에 보내버리겠다"는 등의 협박과 폭행을 당했고, 주변에도 아무런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2006년 자매의 부모가 이혼하면서 아버지와 떨어져 살게 됐지만, 아버지는 A씨에게 "반항하면 동생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며 성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A씨가 스무살이 되던 해인 2010년, 할머니가 숨지자 A씨는 어머니에게 사실을 알리고 그제서야 정신과 병원과 성폭력상담소에서 치료와 상담을 받게 됐다.
A씨는 라디오 사연에서 "24살의 나이지만 마음을 치유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제가 한심스럽고 밉기도 하지만 저의 꿈이 있어 이리도 미운 저를 스스로 보듬어 감싸주고 있습니다. 언젠가 저는 같은 아픔을 지닌 분들께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내왔는지 말씀 해드리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작은 소망을 꿈꾸던 A씨였지만, 피해기간이 긴 탓에 깊었던 상처는 아물지 않았고 결국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B씨도 정신과병원과 성폭력상담소에서 치료를 받아 오다 언니의 자살 후유증과 정신적 충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자살을 시도하다 구조된 B씨를 심리치료 전문병원으로 옮겨 진료와 상담치료를 실시하고 퇴원 후 '정신보건센터'에 연계해 전담상담사를 지정했다.
자식들을 지키지 못해 죄책감에 빠져 있던 친어머니 또한 자살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병원에 입원시킨 뒤 상담심리 치료를 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뒤늦게 드러난 범죄 행각을 확인하고, 자매의 친부 C(54)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RELNEWS:right}
C씨는 경찰조사에서 B씨에 대한 성추행을 일부 시인했지만 A씨에 대한 성폭행 혐의는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자매의 어머니는 경찰에 "딸의 한을 풀어달라"며 C씨의 처벌을 부탁했다.
성폭력특별수사대 박미혜 경감은 "친아버지의 성폭행을 당한 사람 가운데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경감은 "A씨가 말한대로, 이러한 사건은 결코 자신의 탓이 아니라 가해자의 탓"이라며 "경찰에게 알려 꼭 상처를 치유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친족 간의 성폭행이어도 가까운 지역의 해바라기센터 또는 지역 성폭력상담소로 상담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