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강북과 강남의 대표적인 도심에서 잇따라 도로가 내려앉아 지나가던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하에 묻힌 노후 상수도관 누수나 공사를 마친 도로를 제대로 메우지 못해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오후 2시20분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현대백화점 신촌점 앞에서 도로가 갑자기 무너져 위를 지나던 15톤 무게의 하수도 준설차량이 옆으로 넘어지면서 인도를 덮쳤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빠르게 달리던 차량이 넘어졌거나 인도에 사람이 있었으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무너진 지반 규모는 가로 3m, 세로 1m, 깊이 1m로 작은 차는 함몰될 수 있는 크기였다.
하수도 준설차량은 현대백화점 침수방지 공사를 위해 나왔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지점은 현대백화점 침수방지 공사와는 별개로 상하수도 공사를 한 뒤 그 위를 아스팔트로 임시로 메웠던 곳이다.
차량이 넘어진 근처에 있었던 남모(64 남)씨는 "지반이 무너진 곳은 최근 가스공사, 하수공사 등으로 땅을 파고 메우고 하는 게 반복된 곳"이라며 "한번 땅을 판 뒤 이걸 탄탄하게 메웠으면 사고가 안났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남씨는 또 "인도쪽에 사람이 지나갔으면 바로 깔려 죽었다"며 "사고 당시에 사람 두명이 급하게 튀어나오면서 화를 면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김모(40 여)씨 역시 "사람이 다치지 않아 천만 다행이지만 요즘 계속 땅을 파는 작업들이 있었고 또 일하는 곳 바로 옆에서 사고가 생겨 너무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앞서 이날 오전 6시 44분쯤에도 서울 강남구 코엑스사거리를 지나던 오토바이가 지반 침하로 생긴 구멍에 걸려 넘어지기는 사고가 있었다.
코엑스사거리 편도 4차선 중 3차로에 지름 1m, 깊이 30cm짜리 지반침하가 생긴 것.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 지모(19)군과 뒤에 타고 있던 최모(19)양이 얼굴 등을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소방당국은 사고지점 지하에 묻힌 낡은 상수도관에서 누수가 발생해 흙이 쓸려나가면서 지반이 내려앉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서울 용산구 아파트 공사현장 근처에서 '싱크홀'이 생겨 버스에서 내리던 행인 2명이 부상당하는 등 잇딴 지반침하로 시민들이 큰 불안에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