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은 9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연 1.7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전격 기준금리를 인하한 상황에서 두 달 연속 금리를 내리기보다 쉬어가며 정책 효과를 점검해보자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지난달 기준 금리를 연 2.00%에서 1.75%로 0.25%포인트 내렸다.
◇ '가계부채 급증세와 자본유출 우려 등' 부담지난달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떨어지자 급증세인 가계부채와 자본유출 우려 등 금리 인하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 역시 이달 기준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월 말 현재 750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보다 3조 8000억 원 급증한 것이다. 가계부채가 임계치에 달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상 예상이 연내 확실시되고 있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양국 간 금리차가 좁혀지면 자본유출 위험 등으로 위기 상황이 초래될 수 있어서다.
◇ 금통위원 한명 '금리 인하' 소수의견 제시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이달 금통위원 한 명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해 다음달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미 금융시장 내에서는 한은이 1분기 경제지표를 확인한 후 2분기 중에 또 한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이들은 디플레 우려가 제기될 만큼 부진한 경기 회복세에 맞서 확실한 경기부양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전 세계 주요국들이 정책금리 인하 등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해 자국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 한국은행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3.1%로 수정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에 발표한 3.4%에서 0.3%포인트 내린 3.1%로 낮췄다.
최근 큰 폭의 세수부족이 발생함에 따라 당해연도 뿐만 아니라 향후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라는 게 한국은행 측의 설명이다.
이주열 총재는 "2년 연속 큰 폭의 세수부족이 발생해서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성장과 물가추세를 감안하면 올해도 세수부족이 어느정도는 예상돼 이를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RELNEWS:right}이 총재는 기획재정부의 3.8% 성장률 전망치와 차이가 나는 점에 대해서는 "이는 지난해 10월에 내놓은 전망치여서 시점이 달라 이를 비교해서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4월 올해 성장률을 4.2%를 제시했다가 6월엔 4.0%, 10월엔 3.9%로 잇따라 낮췄고 올해 1월에는 3.4%로 수정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면서 금융 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국제유가 및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 해외 위험요인, 경제 내의 유휴생산능력 추이, 가계부채와 자본유출입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