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실시된 세월호 1주기 추모식 참가자들이 광화문쪽으로 행진하려 하자 경찰이 3중 차벽으로 막고 있다.(황진환 기자)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은 16일 유가족과 시민단체, 추모객들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추모 문화제를 연 뒤 행진을 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유가족 200여 명을 비롯해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측 추산 최소 5만 명(경찰 추산 1만 명)은 서울광장에 모여 ‘대통령령 즉각 폐기 선체인양 공식 선포 4.16 약속의 밤’ 문화제를 진행한 뒤 밤 9시부터 광화문광장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각자 들고 온 국화 꽃 한송이를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 헌화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그러나 행진이 시작되자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 차벽을 단 경찰버스를 줄지어 세운 뒤 미신고 집회라는 방송과 함께 해산명령을 내렸다.
경찰은 또 이순신 동상 앞 세종대로 사거리 역시 양방향을 버스로 막아 3중 막을 쳤다.
이날 동원된 경찰은 130개 부대, 1만여 명이다.
행진 참가자들은 방향을 틀어 청계천로를 따라 행진했고, 광교사거리와 청계2가 사거리 사이 장통교 인근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최루액인 캡사이신을 뿌려댔고, 행진 참가자들은 물병을 던지며 항의했다.
행진 대열은 다시 방향을 틀어 종로2가에서 광화문광장 방향으로 걷다 또다시 경찰과 대치 중이다.
분향소가 마련된 광화문광장에서는 차별 철거를 요구하면서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앞장서 버스 출입문을 두드리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
앞선 이날 문화제에서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과 온전하게 세월호를 인양해 실종자를 끝까지 찾아주겠다는 그 약속에 대한 대답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끝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우리 가족들을 피해 팽목항에 잠시 머물렀다 대국민 담화문 발표만 하고 해외로 떠났다”면서 “진정한 국민의 어버이로서, 국민의 수장으로서 이 나라의 대통령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RELNEWS:right}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이제 선체 인양을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필요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선체 인양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세월호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진상규명 태도에 대한 항의 표시로 팽목항 분향소를 임시 폐쇄해 박 대통령은 헌화와 분향을 하지 못했다.
문화제에서는 두 손으로 세월호를 받든 모양의 조형물을 ‘천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노래와 함께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단원고 희생자 최윤민 양의 언니는 “사람들은 왜 미안하다고만하고 당장 죽을 것 같으니 살려달라고 저희가 내민 손은 왜 잡지도 않는 거냐”면서 “실종자 다윤이의 언니를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들어 미칠 것 같다. 시행령을 폐기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동생들이 죽어가는 걸 생방송으로 지켜봐야만 했던 저희가 죽어가는 것만은 지켜보지 말아달라”면서 “여러분도 대통령도 모두 저희가 내민 손을 잡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치환과 자유, 재즈밴드 말로, 이승환 밴드 등이 무대에 올라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으며, 시 낭송도 이어졌다.
같은 시각 광화문 분향소에는 수천 명이 두 줄로 세종대왕상 앞까지 늘어선 가운데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은 또래 친구들의 영정 앞에 헌화를 한 뒤 분향소를 빠져나오며 부둥켜안고 흐느꼈다.
또,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 단위 추모객이나 퇴근 후 이곳을 찾은 직장인들 역시 추모를 마친 뒤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