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사건/사고

    [Why뉴스] 누가 왜 태극기를 불태웠을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지난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1년 범국민추모제' 가 진행되고 있다. 황진환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추모집회가 지난 16일부터 17일, 18일 사흘연속 열렸다.

    그런데 지난 18일 밤 광화문 집회에서 참가자로 보이는 한 20대 남성이 갑자기 태극기를 불태우는 돌발적인 일이 일어났다.

    그러자 이른바 보수언론들을 중심으로 '태극기도 불태우는 시위대'라는 유사한 제목의 기사와 사설 등을 쏟아내면서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를 불법폭력집회로 규정하고 나섰다. 정부는 태극기를 불태운 행위에 대해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며 강경 대응할 방침임을 밝히고 나섰다.

    그래서 Why뉴스에서는 <누가 왜="" 태극기를="" 불태웠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태극기를 불태운다는 건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일인데 누가 그런 거냐?

    태극기 자료사진 (사진 = 스마트이미지 제공)

     

    = 아직 누구인지 소속이 어딘지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드러난 건 언론에 보도된 사진이 전부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 남성은 털이 달린 모자가 부착된 흰색 점퍼를 입고 있었고 뿔테 안경을 착용했으며 가방을 메고 있었다.

    경찰이 채증자료를 바탕으로 태극기를 불태운 이 남성에 대한 추적수사에 들어갔지만 아직 드러난 건 없다.

    이 남성에 대한 수사는 서울 종로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에서 맡고 있다. 경찰은 사진에 등장한 이 남성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동선을 시간 별로 '역추적'하고 있다. 집회 현장에서 찍은 동영상과 CCTV를 활용해 시간대별 움직임을 파악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아직 사진 밖에 확보된 것이 없고 누구인지 특정이 안 됐다"면서 "채증자료를 보면서 찾는 단계여서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 정부는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지 않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 (윤창원기자)

     

    = 정부는 태극기를 불태운 행위는 국기모독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원칙에 따라 무겁게 처벌할 방침을 내비쳤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2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운 행위에 대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철저히 조사하겠다"라고 밝혔다.

    황 장관은 "일견 보기에 국기모독죄가 될 것 같다"며 "이와 관련된 범법행위 전반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고 이에 상응한 처벌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새누리당도 태극기를 불태운 행위에 대해 무거운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0일 관악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태극기를 불태우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국민들이 결코 납득 못할 것"이라며 "반정부 폭력시위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사람들에 대해 엄정히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군현 사무총장도 "어제 불법집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우는 사건이 있었다"며 "자국의 국기를 불태우는 것은 살아있는 부모를 불 태우는 거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철저히 수사해서 법에 의한 엄단한 조치를 취해주길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박대출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태극기를 불태우는 행위는 형법 제105조 국기모독죄에 해당한다"며 "폭력집회를 조장하고 태극기를 불태우는 세력을 반드시 찾아내 엄단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 태극기에 왜 불을 붙인 것이냐?

    태극기 자료사진 (윤성호기자)

     

    = 그것이 명확하지 않다. 사실 태극기를 불태우거나 그런 돌출적인 행동을 하면 유인물을 뿌리거나 구호를 외치거나 했을 텐데 이 남성은 어떤 말이나 구호도 외치지 않고 태극기를 불태운 뒤 그냥 사라졌다고 한다.

    이 사진을 찍은 언론사는 통신사인 뉴스1이다. 이 사진을 촬영한 뉴스1의 박정호 사진기자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18일 밤 10시 20분쯤 세종로 정부청사 부근 도로에서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의 대치가 소강상태를 보일 때 갑자기 경찰과 시위대 중간에 나타난 20대 남성이 태극기에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는 "이 남성이 집회참가자들 속에서 나타났는지 아니면 경찰들이 있는 쪽에서 나왔는지 보지 못했다"면서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자 갑자기 나타나 태극기에 불을 붙였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 기자는 "그래서 사진취재를 하니 불타는 태극기를 들어보이다가 불길이 손 가까이 이르니까 '앗 뜨거' 하면서 태극기를 놓쳤고 주위에 있던 사람이 생수병의 물로 불을 껐다"면서 "태극기에 불을 붙인 남성이 구호를 외치거나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고 태극기가 타는 동안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태극기에 불을 붙이면서 아무런 입장도 얘기하지 않았다는 거냐?

    = 그렇다. 태극기를 불에 붙이는 행위는 누구도 이해 할 수 없는 돌출적인 행동인데 그런 행위를 하면서 아무런 입장도 구호도 없었다고 하니 왜 그랬는지 추측하기도 어렵다.

    박정호 기자는 태극기 태우는 장면을 찍을 때 "주변에 같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안면이 있는 사진기자는 없었다"고 전했는데 언론에 보도된 사진은 뉴스1의 사진이 유일하다.

    그리고 경찰병력 뒤쪽으로 경찰 채증팀이 많았다고 하는데 박정호 기자는 "거리가 조금 멀긴 했지만 채증팀에서 사진을 찍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는 "태극기 불이 꺼지고 난 직후에 경찰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협상이 이뤄지면서 주위가 소란핱 틈에 이 남성은 집회참가자 뒤쪽으로 사라졌는데 집회무리에 합류했는지 그냥 떠났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새월호 가족협의회 법률대리인인 박주민 변호사는 "집회에 참가한 한 40대 남성이 태극기를 열심히 흔들며 "나라가 바로서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면서 "누군가 태극기를 태웠다기에 그 남성인가 했는데 사진 나오는 걸 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1년 범국민추모제'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 그렇다고 한다. 세월호 가족협의회 법률대리인인 박주민 변호사는 "정말 뜬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태극기를 갖고 불태운 것은 주최 측은 물론이고 특히 유가족들과 상의되거나 논의된 바 없는 전혀 별개의 (개인의) 돌출행동"이라면서 "이 사람이 누군지 유족이나 집회 주최 측에서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SNS나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알지만 대책위원회나 유족 누구도 태극기를 불태우자고 하거나 태극기를 준비하자는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확인하면서 "만 명에서 2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에서 참가자 전부를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독일은 일부참가자의 불법을 가지고 집회자체를 불법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가 발달해 있다"고 소개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대규모 집회는 불가능하기 때문" 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신문고뉴스>라는 한 인터넷매체에서 이 남성의 신원이 확인됐다면서 여자 친구와 통화를 했다고 보도를 했는데 "분위기에 취해서 태극기를 태우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고뉴스>는 이 남성의 여자친구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줘야할 정부가 세월호 참사 당시 국민을 보호해주지 못했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시민의 목소리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고 있어 절망했다"면서 "국가가 보호해주지 못하는 우리 국민이 맞는지, 국민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국가가 과연 우리나라가 맞는지 묻고 싶었고, 그런 생각을 가진 가운데 분위기에 취해서 종이로 된 태극기를 태우게 된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보도를 했다.

    이 여성은 "남자친구가 지금 스스로 경솔했다고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자신의 행동이 분위기에 취해서 그렇게 한 것이며, 그로 인해 이렇게 파장이 커질지 몰랐다고 말하더라"고 보도했다.

    ▶ 누리꾼들이 자체 수사에 나섰다는데?

    = 한 블로거는 '태극기를 태운 이 사람을 수배합니다'라는 제목의 긴 글을 올렸다. 알타이하우스라는 필명의 블로거는 "단언컨대 이 사람은 세월호 유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국면전환을 꾀하려는 역공작이거나 과격시위를 이용해 무언가를 노리는 반국가적인 사람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털모자의 두터운 겨울옷을 입은 건 미리 작정하고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카메라에 찍힐 것을 대비한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태극기를 불태운 남성은 낚싯대 같은 막대기를 들고 있었는데 사진을 찍은 박정호 기자는 "깃발이 없는 깃대를 들었다"고 말했다.

    '국기를 불태운 돌출 행동'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도 '네티즌 수사대'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곧바로 '자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태극기를 태운 이 남성이 경찰관들에게 물병을 던지고, 경찰 버스 위에 올라가는 사진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다른 언론에는 시위에 참가한 이 남성의 다른 사진들도 올라오고 있어서 신원이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 '세월호 추모 집회'가 태극기를 불태운 행위 때문에 불법 폭력시위로 낙인찍히는 건 아닌가?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지난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1년 범국민추모제' 가 진행되고 있다. 황진환기자

     

    = 일부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이 태극기를 불태운 행위를 근거로 세월호 추모집회를 불법 폭력집회로 단정해서 비판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20일자 <태극기 불태우기에="" 이른="" 세월호="" 시위="" '反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근혜정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경찰 폭행에다 태극기를 불태우는 일까지 자행했다. 지난 16일에는 팽목항을 찾은 '대한민국 대통령'을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이 정도면 '반(反)대한민국' 수준이다. 7년 전 괴담을 앞세워 이명박 정부를 흔들던 '광우병 광풍'을 상기시킬 정도다"라고 주장을 했다.

    중앙일보도 21일자 신문에서 <태극기 불태운="" 것은="" 반국가적="" 행위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는데 "세월호 추모시위 중 태극기를 불태운 행위는 혐한 시위대들의 태극기 모독행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는 추모행사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정부에 반대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행위다. 세월호 추모집회가 갈수록 불법 폭력시위로 변질되는 조짐이다"라고 주장한다.

    서울경제 신문도 21일자 신문사설에서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이날 시위 참가자 일부가 태극기를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직접 연출하고.... 이날 시위에서 나타난 폭력 수준은 별개로 하더라도 이 같은 행동은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용납될 수준을 넘어선다"고 지적한다.

    {RELNEWS:right}조선일보는 20일자 1면에 '태극기 불태운 시위대'라는 제목의 기사와 사진을 보도했다.

    아직 누군지도 밝혀지지 않은 한 개인의 돌출행동을 근거로 세월호 집회 전체를 불법 폭력으로 반국가 시위로까지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구본선 서울경찰청장도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대책회의가 여러 단체로 있는데. 18일은 불법을 넘어 폭력이라고 얘기했듯이 거의 2008년도 광우병 촛불집회 양상이 나타났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자 일부 보수언론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세월호 추모집회의 불법폭력성을 강조하고 '광우병 촛불시위'와 비교하면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세월호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이 남성이) 내가 누구고 왜 그랬는지를 좀 나와서 설명을 했으면 좋겠다"라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