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세월호는 좀…. 힘들 것 같아요.", "그 관련해서는 인터뷰 안 하십니다."
기자가 지난 1일부터 세월호 참사 1주기 취재를 하며 열 번도 넘게 들었던 말이다. '스케줄이 바빠서', '세월호는 민감한 문제라서'. 이유만 달랐을 뿐 거절은 매한가지였다.
직접 만나는 인터뷰는 물론, 서면 인터뷰, 전화 인터뷰까지 원천 차단됐다. 기자는 이들에게 한 가지 질문도 할 수 없었다.
당초 잘 풀리리라 생각했던 취재가 이렇게 난항에 부딪칠 줄은 꿈도 꾸지 못한 일이었다. 국민 모두를 슬픔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참사 1주기의 상징성 때문이었다. 연예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1주기를 맞아 이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터뷰 요청은 소속사 측에서 단칼에 끊어내기 일쑤였고, 지금까지도 이 요청이 연예인에게 전달됐는지는 알 수 없다.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이 수 십 차례의 실패 끝에 결국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이는 단 5명이었다. 방송인 겸 방송작가 유병재, 배우 최민수, 배우 정진영, 팝페라 가수 임형주, 개그맨 김미화.
누구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유병재는 밤늦게 기자의 전화를 받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아, 그 이야기(세월호 이야기)는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말에서 유병재가 '세월호 1주기' 인터뷰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첫 인터뷰가 이뤄졌다.
평소 민감한 사회 현안이 있을 때마다 소신 발언과 행동을 보여온 정진영의 경우는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이른 아침 인터뷰의 취지를 설명하는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그날 밤 9시 30분쯤 문자 메시지 한 통이 왔다. '정진영입니다. 너무 늦었지요? 촬영이 이제 끝나서요. 12시까지 안 잘 테니, 그 전에 아무 때나 전화 주시면 됩니다.' 정진영과의 인터뷰는 이렇게 성사됐다.
최민수는 운좋게 인터뷰가 성사된 경우다. 그는 쇼케이스 현장에서 불쑥 세월호 이야기를 꺼낸 기자를 외면하지 않고, 진심어린 속마음을 들려주었다.
김미화와는 아예 매니저로부터 휴대폰 번호를 받아 연락이 됐다. 지방과 서울을 오가는 벅찬 일정에도 불구, 그는 흔쾌히 인터뷰를 수락하고 기자와 만남을 가졌다.
팝페라 가수 임형주도 취재진의 인터뷰 제안에 흔쾌히 응했고, 담담하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이야기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분향을 마친 단원고 학생들이 눈물을 훔치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종민기자
이들의 작은 용기는 분명 세월호 참사의 상처를 따뜻하게 보듬었다. 그렇다고 해서 인터뷰를 거절한 연예인들이 비겁한 것은 아니다. 거절의 주체인 소속사에게도 그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한 관계자는 "솔직히 세월호 인터뷰는 힘들다. 정치적인 사안이 아닌데도 인터뷰를 하게 되면 비난이 쏟아지고 프레임 안에 갇히게 된다. 소속사도, 연예인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자칫 잘못하면 연예 활동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연예인을 쓰지 않을 때, '쓰지 않겠다'고 말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밥줄이 걸린 일이니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암묵적인 연예계 분위기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