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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도, 유가족도 울었다"…세월호 법정 안팎의 눈물

사회 일반

    "재판장도, 유가족도 울었다"…세월호 법정 안팎의 눈물

    • 2015-04-28 13:58

     

    선고 전 팽목항 다녀온 재판장, 선장 양형사유 설명하다가 울먹
    유가족 "승무원들 감형은 인간 존엄성 가치에 어긋나" 눈물

    광주고법 형사 5부(서경환 부장판사) 판사들은 세월호 참사 1주년 이틀 뒤인 지난 18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았다.

    전 국민의 관심을 끈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항소심을 맡은 재판장, 배석판사 2명, 재판연구원 등 4명은 팽목항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 등을 둘러보며 희생자들의 안식을 빌었다.

    판결문 초고가 작성돼 사실상 재판에 대한 심증을 굳힌 상태였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 28일 재판부는 이준석 선장에 대해 살인을 유죄로 보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장은 선장에 대한 양형사유를 설명하며 울먹였다.

    서 부장판사는 "선장은 선내대기 명령과 안내방송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대기하던 어린 학생 304명을 방치하고 이른바 골든타임에 선장으로서 아무 역할을 안해 승객들은 끔찍한 고통 속에 죽음에 이르게 하고 먼저 탈출했다"고 비난했다.

    몇차례 헛기침을 하고도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웠는지 서 부장판사는 잠시 멈췄다.

    그는 흔들리는 목소리로 "선장의 무책임한 행위로 꽃다운 나이에 꿈도 펼치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학생들, 생때같은 아이들을 가슴에 품고 분노에 신음하는 부모들,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팽목항을 맴도는 실종자 가족,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생존자에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줬다"고 말을 이었다.

    서 부장판사는 또 "언론을 통해 지켜본 국민에게는 크나큰 공포와 슬픔, 집단적 우울증을 안겼고 국가기관과 사회질서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고,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보도되면서 대한민국의 국격은 곤두박질쳤다"며 "선장의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서받기 어렵고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엄중한 형사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어 우리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 부장판사는 선고 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의 안식을 바라며 30여분간 선고를 마쳤다.

    세월호 재판 과정에서는 공소유지를 맡은 부장검사도 1심 첫 재판에서 이 선장의 공소사실을 설명하다가 울먹인 바 있다.

    유가족도 울었다. 재판을 방청한 유가족은 선고가 끝나자 "차라리 풀어줘라", "이렇게 끝내면 어떻게 하느냐"며 원성을 쏟아냈다.

    1심과 달리 선장에 대한 살인죄가 인정됐지만, 나머지 승무원 14명이 감형된 데 대한 아쉬움이 컸다.

    유가족은 선고가 끝나자 하나 둘 법정을 떠나 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분통을 터뜨렸다.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살인죄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1심에 비해 형이 2분의 1, 3분의 1로 축소됐다. 재판부의 판단은 안전과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올리는 일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가족 30여명은 기자회견 후 비가 내리는 광주고법 현관 앞 계단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침묵을 이어가다가 한시간이 지나서야 법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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