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보편성은 인간이 공유하는 신경생물학적 구조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인간은 문화적 배경이 달라도 기본적인 삶의 문제와 관심이 같아서 보편성을 띤다."
제럴드 잘트만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겸 마음·뇌·행동 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비록 마케팅 기법과 관련해서 한 얘기지만 다른 부분에서도 얼마든 통용될 수 있을 법하다. 육아 문제에는 더욱 그렇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는 부모들의 보편적 바람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5일은 어린이날이다. 사전적 의미로 4~5세부터 초등학생까지를 어린이라고 한다. 아이를 둔 부모 입장에서야 컸던 어리든 1년 365일이 다 어린이날일 수밖에 없겠지만 특히 이날을 즈음해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더 많은 지출을 마다하지 않는 부모들도 많다. 중국과 일본, 그리스, 아르헨티나 등 일부 외국도 어린이날이나 주간을 정해 기념하고 있어 어린이날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에는 특별히 어린이날이라는 게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쏟는 부모의 정성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현지 언론 역시 수시로 육아에 관한 정보를 싣는다. 러시아 시사주간 '아르구멘트이 이 팍트이(논거들과 사실들. 이하 A&F)'는 지난달 27일 자 인터넷판에 어린이를 위한 올바른 식습관에 이어 4일 자에는 유아기의 언어발달에 관한 정보를 올렸다. 우리와 크게 다를 것은 없어 보이지만 눈길은 끈다.
◇아이들의 언어 발달을 위한 5가지 사실…진실과 허구 ▲아이들과는 '혀짧은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어른들은 종종 아이들과 얘기할 때 아이들의 말을 되풀이하거나 혀짧은 소리를 따라 한다. 이런 일은 종종 무의식적으로 이뤄지곤 한다. 그러나 일부 부모들은 "나는 아이들과 혀짧은 소리를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른 부모들의 이런 태도를 완강히 거부한다. 과연 누가 옳을까?
아이들은 이른바 '아이들 언어'에 더 가깝고 이를 더 잘 이해한다고 학자들은 얘기한다. 아이들은 느린 속도로 말하고 접미사 부분의 톤을 낮춰 부드럽게 발성하고 문장을 반복하며 운을 맞춘 문장들을 더 잘 이해한다. 이런 말은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단어들의 의미를 '규정하고' 문장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뭘 먹일 때 이를테면 평소 '토끼는 암-암 먹고 아가는 냠-냠 먹는다'고 말하는 부모라면 이런 정신을 계속 유지하라.
▲'전신(電信)용 언어'를 가르쳐야 한다?
전신용 언어는 '가자' '먹어' '잘 시간이야' 등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의 의미를 압축한 단속(斷續)적인 문장이다. 일부 부모는 2~3살 난 아이에게는 잉여의 표현을 줄인, 이런 말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신용 언어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단어를 알고 익힐 기회를 빼앗아 어휘력을 빈약하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교육용 프로그램들을 통해 아이들의 어휘력을 키운다?
아이들의 어휘력을 풍부하게 하려고 특별한 CD나 교육용 프로그램들을 구매하는가? 사실, 오늘날 이런 전자 '보조도구들'이 아이들의 말 습관을 고양해 준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는 전혀 없다. 아이들이 모니터에 보이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따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거기서 나오는 단어들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따라서 최상은 부모들과 노는 과정에서 말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들과 좀 더 자주, 다양한 놀이를 하도록 하자.
▲(인공) 젖꼭지는 발성(發聲)을 나쁘게 한다?
젖꼭지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를 오랫동안 사용하면 치열이 나빠져 이 때문에 발성에도 나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믿는다. 반대로 옹호자들은 젖꼭지를 오래 사용하는 아이나 사용하지 않는 아이에게 아무런 차이도 없다고 항변한다.
아이에게 젖꼭지를 물리거나 말거나, 결정은 여러분의 몫이지만 전문가들은 가능한 한 빨리 아이들의 입에서 젖꼭지를 떼어낼 것을 권하고 있다.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말이 늦다?
남자 아이들 대부분이 여자 아이들보다 말이 늦다. 그러나 이는 남자아이들의 발달이 늦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남자아이들의 말에 결함이 있는 경우가 여자 아이들보다 3배나 많은 것도 사실이다.
남자 아이들의 언어능력 발달 단계에서는 이 점을 유념하는 게 좋다.
◇식사도 문화…식사가 양육에 미치는 영향 ▲강요 : 아이들이 잘 먹지 않을 때 부모는 걱정하게 마련이다. 일부는 아이들에게 뭘 먹이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을 다 써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해로운 오해다. 강요나 협박으로 아이들에게 뭘 먹이는 것은 절대 금지다. "먹지 않는 건 할머니(엄마)를 싫어한다는 걸 의미하는 거야"라는 식의 공갈 역시 유해하다. 이럴 경우 아이들은 가까운 사람과 대할 때도 음식을 먹고 싶거나 먹고 싶지 않은 감정과 혼동하게 된다.
▲취향과 희망사항 : 아이들의 현재 상태와 뭘 먹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무조건 많이 먹인다면 커서 분별력이 없어질 수 있다. 그 결과 이런 아이는 커서도 뭘 원하고 원치 않는지 잘 모를 뿐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충분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배려 : 엄마나 할머니가 아이들을 기쁘게 하려고 뭔가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고서 자연스럽게 감사의 말을 기대할 수가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항상 뭘 먹을 준비가 돼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정성을 들여 만들었든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나오더라도 마음에 담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다만, 3살 때부터라도 음식이 저절로 식탁에 오르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누군가 자신을 배려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 아이 역시 감사의 마음을 배우게 되며 자신도 점차 다른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하기 시작할 것이다.
▲장난 : 아이들이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에 대한 어른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아주 어린 아이라면 이런 장난이 유익하다고 지적한다. 장난을 통해 이를 잘 알게 되면 후에도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수프로 탁자 전체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면 교육학적으로도 참을 필요는 없다.
▲의식(儀式) : 음식(식사)을 통해 우리는 어떤 집단, 무엇보다 가족에 대한 소속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식사와 관련된 가정의 의식이 있다면 어떤 것이든 좋다. 아이들은 언젠가는 "우리 집에서는 이렇게 했어…."라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다.
▲서두름 : 바쁘게 살면서 우리는 종종 건강과 자신의 기분(좋은 섭생과 불가분의 관계다)보다는 시간에 더 많은 가치를 두게 된다. 이건 큰 실수다. 어린 시절 음식을 빨리 먹는 것은 커서 비만의 한 원인이 된다. 어른도 식사를 빨리하게 되면 포만감을 못 느끼며 이 때문에 종종 과식을 하게 된다. 이밖에 어릴 때 식사를 급하게 하면 아이들은 커서도 식사시간을 '건너뛰거나' 무시해도 될 정도로 인생에 별 의미가 없는 순간으로 여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