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정부가 또다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정책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그린벨트의 개발 허가권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기고, 불법 훼손시설을 양성화 하는 내용을 담았다.
박근혜 정부들어 벌써 다섯번째다. 그린벨트가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 동네 북 신세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정부, "반세기만에 그린벨트 정책 전환"…재탕삼탕 정책국토교통부는 6일 대통령 주재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개발제한구역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그린벨트 개발은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했지만, 앞으로는 30만㎡ 이하 중·소규모에 대해선 시·도지사에게 해제 권한을 이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해제 심의 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돼 그린벨트 개발사업이 보다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46곳 가운데 57%인 26곳이 30만㎡ 이하 중소 규모였다.
국토부는 또, 그린벨트에서 축사로 허가받아 창고시설 등으로 무단 변경해 사용하는 불법시설물에 대해서도 '공공기여형 훼손지 정비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땅 주인들이 훼손된 시설과 용지 가운데 30%이상을 공원녹지로 조성해 정부에 기부채납할 경우 불법으로 용도변경한 창고 등 개발시설을 오는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그린벨트 입지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주민 소득 증대를 위한 농어촌체험, 휴양마을과 숙박, 음식 등 부대시설의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주인이 바뀌었어도 그린벨트 내 주유소에 세차장과 편의점 등 부대시설을 추가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공장의 경우 그린벨트 지정 당시 연면적 만큼만 추가 증축이 허용됐으나, 앞으로는 기존 부지 내에서 건폐율 20%까지 증축을 허용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1971년 그린벨트가 처음 지정된 이후 개발 허가권까지 이관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린벨트 정책이 반세기만에 대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 '법 지키면 손해'…그린벨트 정책 오락가락그린벨트는 지난 1971년 처음 지정될 당시 전체 면적이 5,397㎢에 달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부터 해제하기 시작해 지난해까지 28.4%인 1,535㎢가 해제됐다.
앞으로도 해제 총량 기준 233㎢의 그린벨트가 해제될 전망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기존에 해제된 그린벨트를 좀 더 쉽고 넓게 개발하면서, 앞으로 남은 233㎢를 집중 개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린벨트 정책이 수시로 바뀌면서 오히려 난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RELNEWS:right}실제로, 박근혜 정부들어 2013년 9월에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을 허용한데 이어, 지난해 2월과 6월, 9월에도 개발정책을 수정 발표한 바 있다. 이번이 다섯번째다.
이로 인해, 현재 그린벨트에는 스포츠, 레저시설과 종교, 사회복지시설, 대규모 공장 등이 입주할 수 있게 됐다.
더구나, 정부가 이번에 그린벨트 내 불법 훼손시설까지 양성화하면서, 기존에 법을 지킨 시설주들만 손해를 보게 된 결과를 낳았다.
이에 대해 국토부 정병윤 국토도시실장은 "불법 훼손시설에 대해 강제이행금을 부과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했지만 사실상 효과가 없었다"며 "최선책은 아니지만 차선책으로 차라리 양성화시키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