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1999년 경기 용인시 성복동의 고급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한 과정이 결국 장모 이름을 빌린 '부동산 투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후보자의 부인이 장인.장모에게 사실상 증여받은 이 아파트에 대해 황 후보자는 "장인.장모를 가까이서 모시기 위해 구입했다"고 했지만, 10년 넘게 전세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황 후보자의 아파트 매입 과정은 투기 논란이 강하게 일었던 이완구 전 총리의 '성남 땅' 매입과정과 흡사한 점이 매우 많아 의혹이 일고 있다.
우선 처가에 의해 부동산 매입이 시작된 점이 똑같다. 이 전 총리의 장인과 장모는 2000~2001년 경기도 성남 수정구 대장동 토지 1237㎡(374평)를 매입한 뒤 2002년 자신들의 딸인 이 후보자의 부인에게 증여했다.
이 후보자의 부인은 2011년 이를 다시 차남에게 증여했다.
황 후보자의 부인 역시 지난 1999년 9월 용인 성복동의 210㎡(63평)짜리 아파트를 증여받았다.
황 후보자는 1억9000만원에 대해서만 증여가 이뤄졌고 나머지는 은행 대출을 승계했기 때문에 증여가 아닌 매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황 후보자 "실거주 목적"으로 구입해 놓고 13년째 전세줘또다른 공통점은 실거주를 목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투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실거주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전 총리는 장인이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다며 집을 지을 적당한 부지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 구입하게 됐다며 밝혔었다.
하지만 이 총리의 장인이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집을 짓지 못해 건축허가가 취소됐다고 해명했다.
황 후보자 측 역시 "장인장모를 가까이서 모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하고, 장인.장모와 같은 동 다른 호수의 아파트를 비슷한 시기에 구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후보자는 자녀 통학 거리 등을 이유로 이사를 하지 않고 13년째 전세를 주고 있다. 지난해 새로 준 전세 가격은 3억1000만원이다.
황 후보자 측은 지난 2013년 2월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장인.장모는 용인 아파트에 입주해 작년 말까지 오랫동안 거주했다"면서 현재 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로써 애초 '장인 장모를 가까이서 모시겠다'는 매입 목적은 요원해졌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 모두 '실거주'라는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두 사람이 적극 개입했다는 점이다. 이 전 총리는 지인에게도 땅을 소개시켜주며 구입을 권유하기도 했고, 황 후보 역시 처음부터 장인.장모와 가까이 살기 위한 계획으로 집을 장만했다.
더군다나 이들 부동산이 장인.장모의 명의로 구입됐지만 결국 두 사람의 부인에게 증여됐다는 점도 닮은 꼴이다.
황 후보자는 처음부터 자신이 살 생각으로 구입했다고 했지만 처음 분양권 매입은 장모를 통해 이뤄졌다. 매매 가격은 처음 가격 그대로였다.
두 사람이 굳이 장인.장모를 통해 부동산을 구입한 후 부인이 증여받는 방식을 취한 이유는 '부동산 투기 논란'을 비켜가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부동산을 사들인 지역은 투기 바람이 거세게 불던 지역이다.{RELNEWS:right}
판교 신도시 후광효과가 기대되는 성남 땅은 유명인사들이 대거 투기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2000년 이후 6~7년 만에 땅값은 10배 가까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성복동 아파트도 투기지역에서 분양되면서 높은 청약률을 기록했다. 이후 2007년 상반기 한때 9억 5000만원으로까지 치솟았다. 이 아파트 입주시점인 2002년 11월에 앞서 분양권전매 제한이 실시되기도 했다.
만약, 두 사람 혹은 부인들이 애초부터 실소유자였다면 이는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으로도 이어질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박범계 의원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아파트의 분양권을 증여받았고, 십수년 동안 한번도 거주한 적도 없으므로 투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며 "황 후보자가 인정하지 않는 것이 더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