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이제 1위 안 내줄게' 삼성 류중일 감독은 4일 롯데와 경기에 앞서 "지금 순위는 의미가 없다"면서도 1위 수성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포항=삼성 라이온즈)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삼성-롯데전이 열린 4일 경북 포항구장. 경기 전 류중일 삼성 감독은 표정에 여유가 묻어났다.
전날 기다렸던 이승엽의 400홈런도 터진 데다 팀도 2연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지난주까지 1위였던 NC가 LG에 거푸 일격을 당하면서 삼성이 2경기 차 선두로 올라서게 됐다.
류 감독은 이에 대해 "지금 순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시즌이 긴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팀당 16경기나 많은 144경기를 치러야 한다. 류 감독은 "치고 받고 하는 싸움이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기왕 얻은 1위를 뺏기기 않겠다는 속내를 은근히 드러냈다. 류 감독은 "그래도 이제부터 1위를 지켜야 할 텐데…"라며 은근한 욕심을 드러냈다 .
'통합 4연패'를 이룬 최강 삼성의 사령탑. 느긋할 만도 한 류 감독이 조바심을 내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아내 배태연 씨의 노파심 때문이다.
'이제 1위 뺏기면 안 돼' 삼성 류중일 감독(오른쪽)이 4일 롯데와 경기에서 이긴 뒤 선수들과 주먹을 부딪히며 격려하는 모습.(포항=삼성)
류 감독은 "최근 집에 들어가니 아내가 '삼성은 올해 여러 팀에 1위를 내주네요'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넥센에 져 NC에 1위를 내준 지난달 27일 얘기였다.
류 감독은 "그러고 보니 올해는 SK, 두산, NC 등이 1위로 올라섰다"면서 "아내가 보기에도 올해는 여러 팀이 1위를 돌아가면서 하는 양상인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올해 KBO 리그는 4월 KIA, 삼성, SK, 두산에 이어 5월 두산, 삼성, NC 등이 1위 자리에 올랐다.
강력한 우승후보 삼성이지만 워낙 아성에 도전하는 팀들의 기세가 좋아 배태연 씨도 걱정하는 모양이었다. 이에 류 감독은 "아내가 내 속도 모르고 저런 말을 하는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아내의 우려 때문일까. 삼성은 4일도 롯데를 6-2로 제압하며 시리즈를 싹쓸이했다. 시즌 두 번째 6연승을 달리며 1위를 굳게 지켰다. 이날 2, 3위 두산과 NC가 나란히 패하면서 이들과 승차가 3경기까지 벌어졌다.
과연 삼성이 올 시즌 또 다른 팀에게 1위를 내줄까. 아니면 류 감독이 자신의 바람대로 1위를 끝까지 지켜 아내의 걱정을 잠재울까. 시즌은 아직 절반 이상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