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하루 내원환자가 150∼200명 수준입니다. 주말에는 250명을 넘을 때도 있고요. 환자 한 명이 오면 보호자가 2∼3명씩 따라오는데 사실상 도깨비 시장이나 다름없습니다."
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자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장을 지낸 송형곤 이천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은 1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집중적으로 나온 원인으로 '응급실의 과밀화'를 꼽았다.
'대형 병원 쏠림화'가 심해 환자 숫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아픈 가족과 지인을 보러 온 사람을 병원이 막무가내로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한 송 센터장은 "응급실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보호자에게 출입증을 1개씩 나눠주긴 하는데 실효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응급실의 과밀화와 더불어 송 센터장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병원 문화로 지적한 것은 '병문안 관행'이다.
그는 "국민 정서상 아는 분이 입원하면 과할 정도로 많이 병문안을 온다"며 "아프고 힘들 때 찾아가야 위로가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번 사태에서는 굉장히 안 좋은 요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송 센터장은 메르스 14번 환자(35)가 응급실에서 3일간 머물렀던 것에 대해 "3일이면 응급실 체류 기간이 짧은 편"이라며 "당일 응급실에서 입원이 결정된 사람이 20명이라면 단 1명도 일반 병실로 못 옮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대부분 대형병원이 외래에서 입원 예약을 하는 사람을 위해 병상의 90∼95%를 확보하고 응급실을 위해 배정된 병상은 5∼10% 밖에 비워놓지 않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환자들이 1인실이나 6인실 등 특정한 병실을 원하면 병실이 계속 나지 않아 응급실에서만 머물고, 결국 응급실서 치료를 끝내고 퇴원하는 때도 있다는 게 송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병원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응급실로 환자가 얼마나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병실을 무작정 응급실용으로 비워놓을 수가 없다"며 "삼성서울병원도 응급실을 3개 구역으로 나눠 중증도나 감염 위험도에 따라 환자를 구분하지만, 이들이 제때 일반 병실로 올라가지 못하면 뒤섞일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송 센터장은 "2011년 미국 대학병원으로 연수를 갔는데 우리나라 응급실 환자 대비 의사 비율과 외국의 비율이 10배 차이가 난다"며 "외국에서는 감염 위험이 큰 사람은 응급실에서부터 격리에 들어가는데 환자는 쏟아지고 자리는 없으니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송 센터장은 삼성서울병원이 1번 메르스 환자를 찾아낸 것과 달리 14번 환자는 발견해내지 못한 이유에 대해 "1번 환자는 바레인이긴 하지만 중동에 다녀왔다는 증거가 있었다"며 "14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원내 집단발병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방역 당국이 초기에 병원명을 공개해 의료진과 시민에게 알렸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료기관은 절대 스스로 '자기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있었다'는 점을 시민에게 알리지 않는다"며 "정부가 재빠르게 상황 판단을 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송 센터장은 "방역 체계의 가장 핵심은 '과잉 대응'이다 싶을 정도로 초기에 넓은 범위의 방역망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선별 진료소 설치나 폐렴 환자 전수 조사 등 정부가 지금 내놓은 대책도 한 타이밍씩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