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공포가 계속되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신내동 서울의료원 의료진이 내방객들을 상대로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홍모(46)씨는 이틀 전부터 발열, 근육통, 설사 등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이는 아내 김모(46)씨를 데려갈 병원을 알아보다 분통을 터뜨렸다.
120 서울시다산콜센터에서 안내받은 대로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더니 대기시간이 최소 몇시간 걸린다는 말이 돌아오는가 하면, 병원들에 전화를 거니 자신들은 메르스 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강남성심병원은 "메르스 의심환자를 진료하는 곳이었지만 오늘부터는 바뀌어 진료하지 않는다"며 "인근 보라매병원으로 가보라"고 했고, 한강성심병원은 "우리는 메르스 의심환자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홍씨는 고통을 호소하는 아내를 옆에 두고 수차례 전화통화를 한 끝에 지인으로부터 "근처 시립병원으로 가보라"는 말을 듣고 시립서남병원으로 가서야 메르스 여부를 확인받을 수 있었다.
◇ 질병관리본부 자료 잘못 해석한 서울시문제는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9일 발표한 <237개 응급실 메르스 의심환자 선별진료소 운영> 보도자료의 애매함과 서울시의 오해에서 비롯됐다.
질병관리본부는 해당 보도자료에서 선별진료소에 대해 '응급실 외부 또는 의료기관 내 별도로 분리된 진료시설로, 메르스 의심증상자가 응급실 출입 이전에 진료를 받도록 하는 공간'이라고 규정했다.
문구만 보면 메르스 의심증상을 보이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십상인데, 서울시는 이처럼 오해해 메르스 의심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 전부에게 자료를 토대로 안내했다.
시민들의 항의를 받의가 이어지자 서울시는 뒤늦게 질병관리본부 측에 사실관계 확인을 했고, '응급실 이용자에 한해 1차 예진을 하는 곳으로 선별진료소를 운영한다는 뜻'이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시 120운영팀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봐도 헷갈릴 정도의 자료여서 제대로 안내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 120다산콜센터는 현재 시가 자체적으로 10일 발표한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지정의료기관 35개소, 즉 보건소 25개소, 시립병원 8개소, 국립·공공병원 2개소에 한정해 안내를 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청사.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애초부터 오류 담은 보건당국, 지자체 자료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어서, 질병관리본부가 낸 보도자료에는 오류도 포함돼 있었다.
선별진료소 운영 병원 목록에 오른 한강성심병원은 화상전문병원이라, 화상 환자들 가운데 메르스 의심 증세가 보이는 환자들만을 상대로 임시진료소를 운영할 뿐이었던 것.
한강성심병원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 자료가 잘못돼 있어 곧 정정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발표해 120다산콜센터가 안내하고 있다는 의료기관 명단도 부정확하기는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