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스마트이미지)
지난 10일 오후 3시 26분 서울지방경찰청 112지령실로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자가격리된 여성이 집을 나가 연락이 두절됐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곧바로 격리 대상자인 박모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시작했다. 결과를 받아본 경찰은 깜짝 놀랐다.
마지막 접속 지점으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기지국이 떴는데 이곳에서 반경 2km 안에는 롯데월드와 제2롯데월드, 석촌호수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가 즐비했기 때문이다.
박씨의 직업은 현직 간호사. 지난달 28일 평택 굿모닝병원을 방문했던 박씨는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커 자가격리된 의료진 중 한명이었다.
해당 병원은 ‘슈퍼전파자’로 알려진 14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가기 전 머물렀던 곳이어서 경찰은 더욱 긴장했다.
박씨가 메르스 감염으로 최종 확진되면 자칫 롯데월드와 석촌호수 일대를 찾은 수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만큼 경찰은 박씨의 위치추적에 총력을 기울였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령을 받고 출동한 송파경찰서 잠실지구대 근무자들은 박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기지국 인근을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박씨의 자가격리 담당자인 노원구 보건소 직원도 경찰의 수색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긴 마찬가지.
하루에 두 차례씩 박씨와 통화했던 보건소 직원은 이날 오전 11시 20분까지만 해도 박씨가 집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연락이 끊겼고 확진 가능성이 높은 박씨의 행방을 애타게 찾다 끝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박씨를 찾아나선지 1시간 정도 된 오후 4시 20분쯤 박씨는 함께 있던 친구의 휴대전화로 보건소측에 전화를 걸어왔다.
“친구와 석촌호수에 갔다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중이다”라며 태연하게 자신의 위치를 설명한 것.
결국 보건소가 경찰에 박씨의 행방을 찾았다고 보고하면서 긴박했던 수색상황은 종료됐다.
하지만 박씨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집에서 송파구 잠실 석촌호수까지 지하철을 타고 오가는 동안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누구와 얼마나 접촉했는지도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메르스 확진자들 대부분이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일부는 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지역사회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박씨는 자가격리 조치를 비웃듯 나홀로 서울 시내를 활보한 셈이다.
특히 박씨는 메르스 확산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 상황에서 모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신분으로 자가격리 조치를 지키지 않아 직업윤리마저 망각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