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명의 메르스 환자를 낸 삼성서울병원과 관련, 생과 사가 분초를 다투는 시국인데도 당국 조사가 너무 더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보건당국과 세계보건기구(WHO) 합동조사단은 지난 9일부터 국내 메르스 발병 의료기관에 대한 역학조사 등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닷새 일정의 활동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구체적인 조사 대상 및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대신 13일 오전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에세 닷새간의 평가 결과를 보고한 뒤,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당국은 1차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지난달 31일 메르스 민관합동대책팀 역학조사위원회를 꾸려 현장 실사를 했다.
지난 5일 최보율 한양대 교수는 "31일부터 바로 역학조사 자료를 분석하고 평택성모병원도 방문했다"면서 "역학조사 자료를 열심히 분석하고 있고, 정리되는대로 곧바로 또는 적당한 주기를 갖고 조사결과를 국민들께 발표하겠다"고도 했다.
현장 방문 결과도 이어서 밝혔다. "평택성모병원에서 환자 25명이 발생했던 것은 상당히 많은 환자들이 발생한 것인데, 가서 봤더니 최초 환자가 입원해있던 병실에 조금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밀폐된 병실, 병실 외부 곳곳에 묻어있는 바이러스 RNA 등 현장 실사 결과는 왜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이 확산됐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가게 하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역학조사위원회는 평택성모병원에서 가스 확산 모의실험을 진행해 공기 전파 가능성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조사 계획도 밝혔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지난 7일, 최초 환자가 머물렀던 병실에서 가스 확산 모의실험이 이뤄졌다. 그 결과 밀폐된 공간에 있던 비말 크기의 수분 입자들이 출입문이 열릴 때 기류에 밀려 퍼져나가는 것이 확인됐다.
평택성모병원은 지난달 29일 자진 휴원을 기점으로 폐쇄됐고, 지난 5일부터는 새로운 환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에 삼성서울병원 상황은 180도 다르다. 지난달 27일부터 사흘간 14번(35) 환자가 응급실에 머무는 동안 메르스가 확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당국은 14번 환자의 동선도 '일부 파악됐다'고만 언급하는 등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메르스 노출 기간에 응급실을 방문한 사람들에 대한 격리 조치도 아직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은 12일 브리핑에서 "환자 30명과 가족 22명은 관리의 범위 안에 있다"고 밝혔지만, 다른 응급실 방문자들에 대해서선 여전히 파악 중이라는 설명만 내놨다.
최초로 응급실 밖에서 감염된 정형외과 외래 방문자 115번(77·여) 환자의 동선에 대해서도 정확히 공개된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