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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미군, 탄저균, 생물학전, 성공적?

기자수첩

    [뒤끝작렬] 미군, 탄저균, 생물학전, 성공적?

    우리 땅에서 미군의 정보독점… 우리 군은 '깜깜이'

    주한 미군 측에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되는 최악의 배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2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탄저균 국내(오산미군기지) 반입 사건 규탄 시민사회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서방을 장악한 몽골제국의 4한국의 하나인 '킵차크 한국'의 군대가 1347년 크림반도의 작은 도시국가인 '페오도시야' 성벽을 둘러쌌다.

    철옹성같은 성벽을 공략할 길이 없어 고민하던 킵차크 한국의 자니베크 칸은 전염병으로 죽은 병사의 시체를 투석기에 담아 성안으로 던져넣기 시작했다.

    인류 최초의 생물학전으로 기록된 이 공격으로 얼마 뒤 성문을 꼭꼭 닫고 방어에 집중하던 페오도시야에는 전염병이 돌았다.

    생물학전에도 불구하고 페오도시야는 함락되지 않았지만 당시 전염병을 피해 성을 빠져나간 병사들이 북부 이탈리아로 향했다.

    그 결과 이 전염병은 무역로를 따라 프랑스와 영국, 북부 유럽 등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이 전염병이 바로 이후 3백여년동안 전 유럽을 휩쓸며 수천만명의 인명을 앗아간 '흑사병'이다.

    킵차크 한국의 생물학전이 당장 눈앞의 전투에서 승리를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이후 유럽인 1/3의 목숨을 앗아가며 중세시대의 종말을 부른 사태의 단초가 됐다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평가다.

    16세기 초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스페인군 600여명이 인구 30만을 자랑하는 아즈텍 제국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도 총·칼의 힘이 아닌 '천연두' 때문이었다.

    이밖에도 기원전 430년 그리스를 호령하던 아테네와 겨뤄 작은 부족국가 규모였던 스파르타가 승리를 거둘수 있었던 것도 전염병 때문이었고, 중국 삼국시대인 208년 조조와 손권·유비 연합군이 맞붙은 적벽대전에서 조조군이 퇴각한 것도 실상은 전염병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의 역사를 살펴보면 전염병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였다. 그만큼 군내 전염병 확산은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주요한 요인다.

    메르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가장 우려가 컸던 곳은 다름아닌 군이다. 군은 단체생활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전염병이 확산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점은 물론 이같은 군사력 약화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예비군 훈련장에서 예비군들이 입소하기 전 체온을 측정받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메르스 감염이 확산되자 국방부는 메르스 확진자나 확진자가 나온 병원을 경유한 군인은 물론 이들과 접촉한 간접접촉자까지 가려내 격리조치를 취했다.

    보건당국이 정한 규정보다 더욱 엄격하게 메르스 감역 차단을 위한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그 결과 15일 현재 군내 메르스 확진자는 단 1명도 없고, 의심환자와 밀접접촉자 만 각각 1명과 6명이 있을 뿐이다.

    그나마도 이들의 증세가 미약한 상황이고 모두 외부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군 내부에서 발생한 감염자는 없다는 점에서 군이 메르스 사태에 잘 대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선제적 조치를 통해 군내 메르스 확산을 막았다는 평가를 뒤로하고 메르스 확산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달 28일 세간에 알려진 미군의 탄저균 반입 사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군에 따르면 해당 탄저균 표본은 지난달 초쯤 오산 공군기지에 배달됐다. 해당 표본은 포자 형태의 액체 1㎖로 새로 들여온 유전자 분석 장비 시연 행사에 쓰일 계획이었다.

    미군은 지난달 21일쯤 사전처리를 위해 해동된 상태로 보관됐다가 지난달 27일 미 국방부로부터 해당 탄저균 표본이 활성화된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는 통보를 받고 폐기됐다.

    당시 22명의 미군 소속 군인과 연구원이 해당 탄저균 보관과 해동, 폐기 등에 참여했으며 미군 측은 이들에게 어떠한 감염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실수에 의해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됐고 아무런 문제없이 폐기처분됐다는 설명인데 조사 권한이 없는 우리 군은 미군의 일방적인 통보만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사건이 공개될 당시에는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된 국가는 한국 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13일 현재는 호주, 캐나다, 영국, 일본에도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특히, 일본은 2005년, 영국은 2007년에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된 것으로 드러나는 등 10여년에 걸쳐 이뤄진 광범위한 상황이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미군의 설명처럼 이를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미군이 탄저균을 이용, 각 지역의 기후에 적합한 생물학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각국에 활성화된 탄저균을 배송했고 한반도가 그 실험장 가운데 하나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시점에 우리의 최대 우방국인 미국이 한반도를 생물학전 실험장으로 사용해왔다는 주장이 너무 과도한 음모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무리 우방국이라 할지라도 한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명적인 실험에 대해 우리 군을 비롯한 정부가 미군의 입만 바라보는 '깜깜이' 신세에 불과하다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방인 미국에 대해 불필요한 불신을 가지는 것은 분명히 경계해야 할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주권과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과 관련한 미군의 정보독점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못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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