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안 여객선 가운데 대형 여객선은 거의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한 중고선이어서 세월호 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상존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8편으로 해외 중고선 위주로 형성된 대형 여객선의 실태에 대해 보도한다. [편집자주]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스웨덴 스테나사 여객선(사진출처:삼성중공업 오픈캐스트 'SHI)
한국해운조합의 자료를 보면 지난 2013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차도선과 일반선, 카페리, (초)쾌속선 등 연안 여객선이 모두 178척이 운항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건조한 선박은 128척이며, 해외에서 건조한 선박은 50척이다.
이렇게 보면 국내에서 건조한 선박이 해외보다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선박의 질을 보면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드러난다.
국내 건조 여객선 128척 중 규모가 가장 작은 차도선이 97척으로 75% 이상을 차지하고, 이어서 규모가 작은 일반선이 27척으로 뒤를 잇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카페리나 (초)쾌속선은 각각 1척과 3척 등 모두 4척에 불과하다.
반면 해외 건조 여객선 현황을 보면 정반대의 경향을 보인다. 해외 건조 여객선 가운데 차도선은 단 한 척도 없는 반면 일반선은 4척, 카페리는 19척, (초)쾌속선은 무려 27척에 달한다.
카페리와 쾌속선만 놓고 보면 국내 건조 4척, 해외 건조 46척으로 비교 자체가 민망한 수준이다. 대형 여객선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건조한 선박으로 채워져 있는 것이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18척으로 가장 많고, 싱가포르 11척, 노르웨이 7척, 호주 6척, 스페인 2척, 네덜란드와 중국, 영국 등이 각각 1척 등이다.
문제는 해외에서 건조한 선박들이 대부분 중고선이라는 점이다.
해운조합 관계자는 "해외 건조 선박은 대부분 중고선으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외 신조(新造) 쾌속선의 경우 승선원 3백명 안팎인 선박이 백억 원을 넘기 때문에 영세한 국내 연안 여객선사들은 구입할 엄두를 낼 수 없어 선령이 10년이 지난 중고선을 사는 게 일반적이다.
결국 수백 명 이상을 태우는 대형 여객선들은 해외에서 10년 이상 운항하다 노후화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중고선들로 채워지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카페리나 쾌속선 등 대형 여객선들이 국내에서 건조되지 못하는 이유는 수년간 형성된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문화와 수익성 때문이다.
해운조합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이 대형 여객선을 건조할 능력이 되더라도 이보다 수익성이 높은 시추선 등을 건조하려고 하지 대형 여객선은 건조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NEWS:right}
조선업계에서는 수년간 화물선 위주로 형성된 국내 조선 문화가 한 원인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조선 문화가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화물선과 같은 상선 위주로 형성돼 제작 시설이나 주변 산업들 역시 여기에 맞춰져 있다"며 "이같은 시스템을 무시하고 대형 여객선을 건조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건조된 중고 여객선이 우리나라 연안 여객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는 세월호와 같은 대형 여객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해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