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대모초등학교 어린이들과 얘기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초등학생들에게 "메르스는 중동식 독감"이라고 설명한 걸 두고 이번 사태를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제 뉴스에서나 이름을 들을 수 있던 메르스가 국내에 처음 상륙한 건 지난달 20일.
18일 현재까지 단 4주만에 메르스 감염 환자는 160여명을 넘겼고, 이 가운데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메르스가 발병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전세계 2번째로 환자와 사망자가 많은 나라가 된 것.
숨진 사망자의 시신은 감염 우려로 제대로 염조차 하지 못한 채 화장해야 하고, 유가족은 격리대상으로 지정돼 고인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하는 비극도 반복되고 있다.
지금도 환자 17명은 '위중한 상태'로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완치된 사례는 아직 19건에 불과하다. 백여 명의 환자들이 격리된 중환자 병상에서 길게는 한 달째, 심하게는 '에크모'까지 장착한 채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삼성서울병원 인근의 대모초등학교 위생교육 수업에 참관해 "지금 메르스라는 게 어떻게 보면 '중동식 독감'이라고 할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감이 매년 유행하고 이번에는 또 중동식 독감이 들어와서 난리를 겪고 있는데 세상을 다 열어놓고 살잖아요"라며 "몇 가지 건강습관만 잘만 실천하면 메르스 같은 것은 무서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당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박 대통령이 언급한 일반적 계절 독감의 치명율은 겨우 0.1%.
21명이 숨진 현재 국내 메르스 치명율은 약 13%로, 박 대통령이 언급한 독감과 비교하면 무려 130배나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혼란에 빠지지 말라고 국민들을 다그치는 대신,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변혜진 기획실장은 "초반부터 별 문제 아니라며 삼성서울병원 등을 방치하다가 4주째 메르스 사태가 이어졌다"며 "날벼락 같은 일을 맞은 사망자와 환자, 유가족 등에게 박 대통령이 '정말로 죄송하다'는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시간에도 6천 5백여명이 집이나 의료시설에 격리된 채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걱정할 게 없다"는 정부의 얘기가 국민들 귀에는 곧이곧대로 들릴 리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