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간 첫 법정 공방은 합병비율의 적정성과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 문제, 임시 주주총회 개최 여부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358호 법정에서 엘리엇이 제기한 삼성물산 주주총회소집통지 및 결의·자사주 의결권 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첫 심문이 열렸다.
엘리엇은 변호인 4명, 삼성물산과 KCC 측 변호인은 모두 10명이 출석하면서 원고·피고석이 꽉 들어찼다. 100여석의 방청석도 취재진과 방청객이 몰려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법정 옆과 뒤쪽에 서서 재판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양측은 1시간 30여분 동안 진행된 심문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 엘리엇, "합병은 오너 지배권 승계용…일반주주는 손해"엘리엇측은 이번 합병이 삼성 오너 일가의 지배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했다.
엘리엇 측은 “삼성물산측이 이번 합병이 회사와 주주 입장에서 어떤 필요성이 있는지 설득력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굳이 합병할 필요성이 없음에도 추진하는 것은 오너 일가의 지배권 승계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합병비율도 제일모직에 비해 규모가 월등히 큰 삼성물산 주주에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엘리엇 측은"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적정 합병비율은 1대 0.35가 아니라 1대 1.16으로 평가됐다"면서 "회사의 가치를 반영한 적정 주가 역시 삼성물산은 10만 597~11만 4134원, 제일모직은 6만 3353~6만 9942원"이라고 주장했다.
가처분 소송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추가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입장도 내놨다.
엘리엇 측은 “(주총회에서 합병이 승인되면) 합병 무효 소송의 원인이 된다. 이 소송은 무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금이라도 중단시켜 더 큰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삼성, "위법요소 없다…삼성물산 껍데기로 만들자는 것"이에 대해 삼성물산측은 현행법의 규정과 판례를 통해 엘리엇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합병가액은 주가에 의해 산정토록 한 자본시장법을 준수했으며 이를 따르지 않으면 오히려 각종 규제를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측은 “합병비율에 관한 판례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합병을 무효로 한다. 허위자료에 의하거나 터무니없는 예상수치에 근거한 경우만 해당된다”면서 “주가가 주당순자산가치의 3분의 1 미만인 경우도 대법원 판례는 합병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물산측은 국내 건설사 주가 흐름을 설명하며 삼성물산만 비정상적으로 하락하거나 그 시기에 합병이 결정된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엘리엇측이 제시한 적정 주가에 대해선 “한번도 실현된 적이 없는 주가(삼성물산 최대가 9만 2500원, 제일모직은 최저가 9만 9200원)를 기다려 합병을 하라는 것이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