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그리스 정부와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이 결렬되면서 예금 대규모 인출(뱅크런)이 현실화한 가운데, 다음달 5일로 예정된 국민투표가 그리스 사태의 운명을 좌우할 최대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그리스 전역에서 대량 현금 인출 사태가 빚어지자 28일(현지시간) 저녁 TV를 통해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은행 영업을 중단시키고 자본을 통제하는 긴급 조치를 내렸다. 주식 시장도 열지 않기로 했다.
그리스는 당장 구제금융이 종료되는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채무 15억 유로를 상환해야 하지만 상환 여부가 불확실해,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다음달 5일 국민투표에서 국제채권단의 협상안에 대한 찬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8일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27일 카파 리서치의 긴급 여론조사 결과 국제채권단의 협상안에 대한 찬성 의견이 47%, 반대는 33%로 나타났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 조차도 27일 유로그룹 회의장을 떠나면서 "그리스 국민이 정부의 (반대) 조언에 반해 (찬성)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앞서, 채권단은 120억 유로(13조4천억원)를 지원하는 구제금융 프로그램 5개월 연장안을 그리스 정부에 제안했으나, 치프라스 총리는 27일 정부부채만 증가시키고 연말에 더 가혹한 각서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수용을 거부했다.
문제는 투표결과가 찬성으로 나오더라도 채권단 입장에서는 협상안을 거부한 치프라스 정부와 재협상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찬성 결과가 나오면 우리가 누구를 믿고 누구와 협력해서 실행해야 하느냐"며 새 그리스 내각 수립의 필요성을 시사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이에 따라 총리 사임과 조기총선 시나리오가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국민투표까지는 앞으로 엿새, 조기총선까지는 또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
더욱이 조기 총선에서 현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재집권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치프라스가 물러나도 시리자가 현재 다른 당들보다 지지율이 훨씬 높아 총선에서 재집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현재 그리스의 은행 등 금융권은 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유동성지원(ELA) 프로그램을 통해 공급하는 유동성에 의지해 간신히 버티는 등, 그리스 사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