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째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메르스 사태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제기되지만, 풀리지 않는 변수가 여럿 남아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보건당국은 일단 119번(35) 환자와 178번(29) 환자에 대해 감염경로가 불명확한 상태라고 1일 밝혔다.
앞서 당국은 경기도 평택의 현직 경찰인 119번 환자는 지난달 31일 평택박애병원에서 52번(54·여) 환자와 마주쳐 감염됐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52번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기 17분 전 이미 119번 환자가 병원을 떠났기 때문에 119번 환자의 감염경로는 3주째 미궁에 빠져있다.
또 지난달 18일부터 평택성모병원과 평택박애병원에서 아버지를 간호했던 178번 환자는 의심되는 감염경로가 3가지나 되지만, 뾰족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 없어 보건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먼저 지난 6일 간암으로 숨진 이 환자의 아버지는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아버지가 먼저 감염된 다음 178번 환자가 감염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이 환자가 들른 두 병원 모두 잠복기나 기존 환자의 동선을 고려하면 병원에서 감염됐을 확률이 매우 낮다.
정은경 현장점검반장은 "나머지 환자 대부분은 감염원이 밝혀졌지만, 세부적인 사항을 추가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정 반장이 말한 나머지 환자는 대부분 삼섬서울병원에는 들렀지만 주요 전파지인 응급실에는 들어가지 않은 환자들을 가리킨다.
삼성서울병원 발생 환자 중 응급실 밖에서 감염된 첫 사례인 115번(77·여) 환자에 대해서는 보건당국도 감염경로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이 환자는 지난달 지난 27일 정형외과 외래 진료를 받았을 뿐, 의도치 않게 삼성서울병원에 메르스 바이러스를 노출시킨 14번(35) 환자와는 마주친 적이 없다.
메르스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던 141번(42) 환자, 암 병동에 입원한 아내를 간병했던 166번(62) 환자, 6월 초 세 차례에 걸쳐 외래진료를 받은 174번(75) 환자도 정확한 감염경로는 알 수 없다.
메르스에 감염됐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일명 '무증상' 확진자도 복병으로 남아있다.
최초 무증상 확진자인 182번(27·여) 환자는 강동경희대병원 간호사였기 때문에 이 병원 의료진을 대상으로 벌인 전수 조사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의료진 등이 아닌 일반 시민 중에서 메르스에 감염됐지만 증상이 없는 사례가 또 있다면 방역망에 잡히지 않아 방치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무증상 상태에선 기침 등 몸 안의 메르스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올 수 있는 행위를 할 가능성이 낮지만, 만약 방역망 밖에 있는 무증상 환자가 전염력을 갖는다면 방역당국으로서는 손을 쓰기 어렵다.
'꺼진 불'인 줄 알았던 국내 메르스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도 또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보건당국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 해외 검사기관에 보낸 메르스 바이러스 검체, 즉 환자 몸에서 채취한 객담 등 바이러스 표본이 모두 2번(63·여) 환자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2번 환자는 국내 최초 환자(68)의 아내로, 메르스 사태 초기인 지난달 20일 확진판정을 받았다가 국내 메르스 환자 중 가장 먼저 완치돼 지난 6일 퇴원했다.
앞서 지난달 6일 당국은 국립보건연구원에 2번 환자의 검체를 보내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행한 바이러스와 99% 이상 일치하는 것으로 나왔다"며 변이는 없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