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 미국에서 세 번째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의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시카고 위안부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루시 백(78·65년 도미·전직 소아과 의사) 위원장은 5일(현지시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증언 행사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르면 오는 8월 시카고 지역에 위안부 소녀상이 세워질 예정이라고"고 밝혔다.
이 계획안은 작년 7월 시카고 한인회를 주축으로 시작됐고, 지금까지 5만2천 달러(약 5천900만 원) 기금이 모였다.
동상은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놓인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경·김서경 부부 작가가 만들고 있다.
백 위원장은 "지난달 제작에 들어갔고 도착까지 최소 두 달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설립장소는 시카고 시내 공공장소 또는 교외도시 공원 2가지 방안을 갖고,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고 안전이 보장되는 최상의 입지를 물색 중이다.
백 위원장은 "일본 사회의 반응에 대해 특별히 조심하고 있다"며 우려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애초 기림비 설립을 추진하다가 '생존 할머니들이 계시는데 비석을 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조언을 듣고, 소녀상 건립으로 전환했다"면서 "비용은 더 많이 들지만, 소녀상이 더 많은 이야기를 더 쉽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뜻을 모으고, 기금을 마련하고, 설립 장소를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라면서 "창피한 과거를 왜 끄집어내느냐"는 일부의 반발을 접했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우리가 36년간 식민지 생활을 한 것은 솔직히 부끄러운 일이지만, 피해자들은 부끄러울 일이 결코 없다"며 "소녀상 건립을 통해 세계적인 성노예 반대운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느낀다"고 강조했다.
백 위원장은 "자연과학 전공자로 한평생을 살다 보니 솔직히 역사에 대한 관심 크게 없었다"면서 "이 일을 맡고 공부를 하면서 비로소 지금 우리가 하는 일들이 역사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올바른 역사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금모금 행사 때 위안부 피해 역사를 들은 아홉 살 여자아이가 주머니를 털어 내놓은 50센트, 용돈마저 넉넉지 않은 할머니가 차고세일을 통해 물건을 팔아 기부한 100달러가 큰 보람을 느끼게 했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되면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와 미시간 주 사우스필드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가 된다. 미국 내 위안부 조형물은 10여 개가 조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