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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는 '언딘'에 방역은 '삼성'에…국가는 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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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는 '언딘'에 방역은 '삼성'에…국가는 뭘했나

    [세월호 '코르스'를 낳다③]국가 기본임무의 '민영화'…"세금은 왜 걷나" 비판도

    40명 가까운 국민을 앗아간 메르스 사태는 일년전 세월호 참사와 맞닿아있다. 구조와 방역을 민간에 떠넘겨 피해를 키웠을 뿐, 제대로 된 국가 대처나 콘트롤타워는 실종됐다. 한국형 재앙인 '코르스'란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여전히 '진행형'인 참사의 악순환을 막는 열쇠는 진상 규명일 수밖에 없다. CBS노컷뉴스는 세월호와 메르스 참사를 통해 박근혜정부 3년차 국가재난 시스템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싣는 순서
    ①여전히 '사령탑'은 없다…국민 못 지키는 정부
    ②'밀접접촉'과 '에어포켓'…가설이 화 불렀다
    ③구조는 '언딘'에 방역은 '삼성'에…국가는 뭘했나
    ④사태 키운 '정보 은폐'…'유언비어' 칼날만
    ⑤국민에 '폭탄' 돌리는 정부…진상규명이 해답이다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 세월호가 가라앉은 2014년 4월. 1분 1초가 아까웠던 당시 구조 작업을 관장했던 해양경찰청은 해군이나 소방당국, 경찰 등의 외부 지원을 모조리 거부했다.

    참사 당일 해경과 근처에 있던 민간 어선을 제외하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이들이 바로 소방방재청 산하 중앙 119구조단이었지만, 구조 작업에는 참여할 수 없었다.

    소방방재청은 사고 당일 오전 잠수사 20여명을 현장에 급파했지만, 해경은 '구조상황이 종료됐다'며 이들의 진입을 막았다.

    뒤이어 해군 특수전전단(UDT)과 해난구조대(SSU) 요원들이 이날 정오 무렵 현장에 도착했지만, 역시 해경의 제지로 세월호 주변 탐색 작업만 벌이다가 철수했다.

    이후 해군의 SSU 대원들은 잠수사가 붙잡고 잠수할 수 있는 '생명줄'인 하잠색 1개를 세월호에 최초로 설치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곧 해경의 '통제'로 한동안 입수조차 못했다.

    경찰청 역시 이날 오전 해경에 지원하겠다며 연락했지만, 해경은 "우리가 다했다"며 사실상 거절했다. 해경이 '다한 일'은 민간구난업체를 수소문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에 전화를 걸었던 일뿐이었다.

    당시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심해잠수 전문업체인 언딘이 군경보다 유능하다고 치켜세웠다. 고명석 대변인은 참사 사흘 뒤인 19일 언딘에 대해 "심해 잠수를 전문적으로 하는 구난업자"라며 "전문성은 해경과 해군보다 더 낫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간에 구조를 내맡겼던 정부는 결국 단 한 명도 배 밖으로 살려서 꺼내오지 못한 언딘에게 80억여원의 수난 구호비용만 지불하게 됐다. 해경과 언딘의 미숙한 초기 대응은 법정 공방을 벌이며 아직 미궁에 빠져있다.

     

    1년여 뒤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달 14일. 보건복지부의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공식브리핑에서 세월호 당시 고 대변인의 주장과 '판박이' 같은 해명을 내놨다.

    권 반장은 "삼성서울병원장이 감염내과 전문의"라며 "삼성서울병원 안에서 직원, 의사, 간호사, 환자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파악해 관리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또 지난 14일 국회 메르스 특별대책위원회에서는 권 반장은 "평택성모병원을 우선으로 판단했다"며 "지난달 5~6일에야 삼성병원의 상황도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털어놓았다.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원장은 대한감염학회 전임 이사장이자 현 아시아태평양감역학회 회장이다. 더구나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최초 메르스 환자를 확진한 뒤 병원 자체 추산 400여명의 접촉자를 찾아 격리하는 등 사태 초기만 해도 메르스 사태의 '1등 공신'이었다.

    권 반장의 설명대로라면 보건당국은 당시 한 명의 메르스 의심자가 빠져나갔을 뿐인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병원 자체 대응에 맡긴 채 '발등의 불'인 평택성모병원에 집중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국장은 "반대로 영업 이익 저하를 우려한 삼성서울병원이 적극적으로 정부 개입을 막았을 수 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청와대 등 어느 정도의 '윗선'이 개입했는지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당국과 삼성서울병원 가운데 누가 주도했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이들이 '방역의 민영화'를 단행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당국의 인력 배치를 살펴보면 5월 20일 평택성모병원에 3명의 역학조사관을 내려보낸 데 이어, 5월 28일까지 총 5명의 역학조사관을 이 병원에 배치했다.

    심지어 14번(35) 환자의 감염 가능성을 삼성서울병원측에 알린 5월 29일에도 역학조사관 10명을 비롯, 센터장 2명과 과장 1명 및 사무관 1명 등 관련 공무원 4명을 평택성모병원에 집중 배치했다.

    이처럼 정부가 병원 측에 방역 대응을 떠맡겼다가 지난달 4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심야회견에 쫓기듯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감염 상황을 공개하기까지 '의문의 일주일' 동안 당국과 병원이 어떤 대응을 했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박 시장의 기자회견으로부터 사흘뒤 송재훈 원장은 "5월 27~29일 사이 14번 환자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환자 675명과 의료진 218명 등 총 893명을 격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이 누구인지, 병원이 어떤 기준으로 격리대상자를 선정했는지, 정확히 언제 어디로 격리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난 14일 국회 메르스 특별대책위원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14번 환자 확진 직후 응급실 전체 방역소독을 하면서 환자와 보호자를 제대로 격리하지 않아 귀가한 사례도 있다"며 지적할 만큼 허술하게 관리됐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병원 의료진인 35번(38) 환자나 60번(37·여), 62번(32), 138번(37) 환자는 14번 환자와 접촉했지만 격리되지 않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비교적 동선을 파악하기 쉬운 병원 의료진조차 제대로 격리하지 못한 병원의 '자체 대응'이 정상적으로 이뤄졌을 리 없고, 실제로 이 병원에서 발생한 환자 91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1명은 비(非)격리 상태에서 감염됐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관 3명이 지난 5월 29일 삼성서울병원을 찾았지만 병원 측은 출입을 통제했고, 이후 메르스 접촉자 명단 제공도 소홀히 했다는 지적마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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