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일 오후 세종시 정부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메르스 관계부처 회의결과 및 향후 대책 브리핑에 앞서 헛기침을 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메르스 사태 초기 삼성서울병원의 허술한 대응을 놓고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이 "저희도 궁금하다"며 당시 상황 파악을 전혀 못했음을 간접 시인했다.
8일 열린 국회 메르스 대책특별위원회에서 신상진 위원장은 "5월 20일 삼성의료원에서 이미 1번(68) 환자를 확진한 뒤 1주일 지나 14번(35) 환자가 왔는데 왜 방치됐느냐"고 질타했다.
14번 환자가 지난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도착할 당시 '1차 진원지'였던 평택성모병원과 평택굿모닝병원에서 진료받았던 사실이 적힌 자료를 삼성서울병원에 제출했는데도 이틀 동안 응급실에 방치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 장관은 "저희도 궁금증을 갖고 파악하고 있다"며 아직도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음을 실토했다.
문 장관은 "14번 환자가 왔을 때 아들이 결핵 환자이기 때문에 결핵이나 세균성 폐렴으로 의심했다고 한다"며 "평택성모에서 왔지만 당시까지는 직접적인 밀접접촉자 가능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에 세균성 폐렴 환자로 간주한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원장은 지난달 7일 긴급기자회견에서 "14번 환자는 내원 당시 폐렴에 합당한 호흡기 소견만 있고 중동 여행력이나 메르스 환자 노출력이 없어서 당시에는 메르스 의심환자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4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서 찍은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과 평택굿모닝병원 소견서 등을 삼성서울병원에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대해 삼성서울병원은 "14번 환자가 어느 병원을 경유했는지는 알았지만, 평택성모병원에 집단 발병이 있었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말을 바꾸면서도 "국가가 뚫렸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5월 29일에야 14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서 온 사실을 깨달은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응급실을 일시 폐쇄한 뒤 소독하는 등 자체 방역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 이 병원에서만 90명의 환자가 발생해 14명이 숨지는 등 '2차 메르스 유행'이 터졌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4일 삼성서울병원의 35번(38) 환자의 존재를 폭로할 때까지 병원 측이 어떤 대응을 했는지는 보건당국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