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메르스 환자의 잠복기가 3주를 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병원의 폐쇄를 피하려다 그간의 입장을 버리는 '자가당착'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5일 공개한 186번(50·여) 환자에 대해 "여러 감염경로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 치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에 통원해온 186번 환자는 지난 5월 27~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함께 응급실을 찾았던 남편인 132번(55) 환자는 지난달 12일 확진판정을 받았다가 2일 퇴원했다.
이로 인해 186번 환자는 지난달 26일까지 자가격리 조치를 받았고, 지난달 29일에는 삼성서울병원 암병동 통원치료센터를 내원해 약 4시간 정도 암 치료를 받았다.
이후 지난 2일 발열 증상이 확인돼 다음날 격리병원에 입원했다가 4일 메르스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의 추정 감염경로는 두 가지. 우선 격리 기간이 끝난 지난달 29일 삼성서울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았다가 감염됐을 수 있다.
앞서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181번(26) 환자가 지난달 25일 확진받았고, 지난 1일부터 사흘간은 이 병원 간호사인 183번(24·여), 184번(24·여), 또 의사인 185번(25·여) 환자가 잇따라 발견됐다.
보건당국도 지난 1일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정밀 역학조사에 들어간 만큼, 이들을 감염시킨 '제3의 감염원'이 병원 안에 아직 숨어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보건당국은 186번 환자가 남편인 132번 환자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정은경 현장점검반장은 "132번 환자가 당시 바이러스 양이 상당히 많았다"며 "강릉의료원 간호과장인 179번(54·여) 환자가 132번 환자를 이송하다 감염된 사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132번 환자가 지난달 12일 확진되기 전에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됐지만 항암치료를 받아 면역이 일시적으로 나빠지면서 발병했을 가능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통원치료센터의 의료진나 같이 치료를 받았던 환자 중 의심 증상자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당국 설명대로라면 186번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자연 치유됐지만, 항암치료로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최대 잠복기 2주째인 지난달 26일을 훌쩍 넘겨 최소 22일이 지나 뒤늦게 발병했다는 얘기다.
그동안 잠복기가 지난 뒤에야 메르스 증상이 발현한 환자들은 10여명이 넘었지만, 보건당국은 그때마다 이들의 가벼운 증상까지 찾아내 '14일 잠복기' 가설을 고수해왔다.
심지어 앞서 발견된 일명 '무증상' 확진자인 강동경희대병원 간호사 182번(27·여) 환자의 경우 평소에도 갖고 있던 기침 등을 메르스 초기 증상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이해하기 힘든 갑작스런 당국의 입장 변화를 놓고, 삼성서울병원에 있을지 모를 제3의 감염원을 미리 부인하기 위해 '봐주기·짜맞추기'식 역학조사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