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치료중이던 메르스 환자들을 다른 병원에 옮기면서,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대처 능력이 '낙제 수준'임을 사실상 공식 확인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3일 브리핑에서 "삼성서울병원의 확진자들에 대한 전원(轉院)을 추진 중"이라면서 "15명 가운데 12명을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전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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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3명의 확진자 가운데 1명은 퇴원 예정자에 2명은 기저질환으로 치료중이어서 제외됐을 뿐, 사실상 이 병원에서 격리치료 중인 메르스 환자 전원을 옮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또 이 병원 메르스 담당 의료진 전원을 14일간 자가격리시켰다가 증상 확인과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 음성판정을 받은 대상만 업무에 복귀시키기로 했다.
통상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에 걸린 환자는 이동 도중 구급차나 이동병상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다시 퍼질 수 있어 격리치료 도중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사례가 매우 드물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환자 전원을 강행함은 물론, 앞으로 메르스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발견되더라도 곧바로 다른 국가지정격리병상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보건당국이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긴커녕, 의료진조차 보호하지 못한 병원이라고 공언한 셈이다.
정은경 현장점검반장은 "너무 많은 의료진이 환자에 노출돼 환자를 일단 격리병상으로 전원하고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추가 환자가 발생해도) 국가지정격리병상으로 이송해 삼성서울병원의 의료진들의 부담과 위험도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당국이 지난 1일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정밀 역학조사를 시작한 걸 감안하면, 이 병원에 더 이상 환자를 두면 안될만큼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보건당국은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자가 근무했던 중환자실에 대한 환경검체검사, CCTV 분석을 한 개인보호구의 착용 및 탈의 과정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환경검체검사 결과 확진자의 숙소와 입원병실, 복도 동선의 의심지점에서 채취한 32개 환경검체는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미 2차 메르스 유행이 시작했던 지난 5월 27일로부터 5주나 지난 뒤에 시작한 검사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결과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국장은 "삼성서울병원 매커니즘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국립중앙의료원을 봐도 의료진 감염이 없고, 강동경희대병원 등 더 늦게 메르스 감염이 시작된 병원도 삼성서울병원보다 감염사례가 적다"며 "의료진 관리나 보고체계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건물 시설이 감염됐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의 환자·의료진 보호 방식 자체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미 삼성서울병원은 보건당국으로부터 레벨 D에 해당하는 보호구 2만 3천여개를 지급받았는데도, 지난달 17일까지 의료진에게 전신보호구 대신 수술용 가운인 VRE가운을 착용한 채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도록 한 바 있다.
만약 보호장구 탈의 과정에서 의료진의 실수로 감염됐더라도, 2차 메르스 유행 이후에만 7명의 의료진이 감염된 삼성서울병원의 경우는 보호장구 교육을 제대로 못한 병원 측이 책임져야 하는 '산업재해'라는 지적이다.
또 보건당국 역시 늦장 역학조사를 벌일 때까지 부분폐쇄 조치만 내렸을 뿐, 한 달여 간 90명의 환자와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도록 삼성서울병원에 대응을 내맡긴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