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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타결' 파국에서 극적 타결까지…보름간의 반전드라마

국제일반

    '그리스 타결' 파국에서 극적 타결까지…보름간의 반전드라마

    • 2015-07-13 16:46

    국민투표 선언부터 협상개시 합의까지 반전에 반전 거듭

     

    위태롭던 그리스 경제가 마침내 '생명 연장' 선고를 받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은 16시간 이상의 밤샘 마라톤 회의 끝에 13일(현지시간)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27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채권단이 제시한 구제금융 방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전격 발표하며 지지부진하던 협상을 벼랑 끝으로 몰고간 후 16일 만이다.

    보름 남짓한 기간 그리스와 유로존의 상황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 듯 긴박하게 돌아갔다.

    처음 치프라스 총리가 국민투표라는 도박에 가까운 모험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협상의 전망은 극도로 어두워진 것처럼 보였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은 "그리스가 추가 협상의 문을 닫았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고, 국민투표 때까지 협상 테이블은 사실상 거둬졌다.

    지난달 30일 찾아온 국제통화기금(IMF)의 부채 만기일도 속수무책으로 넘기면서 그리스는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수순을 밟고 있었다.

    7월 5일로 예고됐던 국민투표의 결과가 그리스와 유럽 전체의 운명을 쥔 것은 분명해보였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단기에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는 어려웠다.


    치프라스 총리의 호소에 따라 그리스 국민이 채권단의 긴축안에 반대표를 던지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당장 코앞에 닥칠 것으로 예상됐고, 찬성 결과가 나오면 치프라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으로 해석되면서 총리 사퇴 후 새로운 협상 파트너가 꾸려질 때까지 협상이 무기한 보류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정부가 "협상안 거부가 그렉시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협상안을 반대해야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며 반대를 호소하는 동안 채권단 측에서는 "협상안 반대는 유로존 탈퇴 의사"라며 그리스를 압박했다.

    민심도 거세게 동요했다.

    국민투표 선언 후 그리스인들은 그렉시트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예금 인출을 위해 은행으로 몰려갔고, 그리스는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사태)으로 인한 현금 고갈을 우려해 28일 은행 영업중단과 현금인출 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자본 통제조치로 경제활동이 급격히 마비되는 동안 국민투표에 대한 표심도 요동치며 투표 직전까지 향방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됐다.

    찬성과 반대가 박빙을 이룰 것이라는 예상은 투표 직후 출구조사 결과에서부터 무참히 깨졌다.

    60% 이상의 국민이 채권단의 긴축안을 거부한 것이다.

    정부의 설득과 더불어 투표를 앞둔 2일 IMF가 그리스 채무 경감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도 협상안 반대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그리스 국민의 예상치 못한 반대가 곧장 그리스를 파국으로 몰아넣지는 않았다.

    투표 전까지만 해도 '협상안 거부=그렉시트'라고 엄포를 놓던 채권단 측은 곧바로 "투표 결과를 존중한다"고 반응했다.

    그렉시트에 대한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리스에 '채찍보다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리스도 거침없는 언행으로 채권단과 잇단 마찰을 빚었던 협상 실무 책임자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이 전격 사임하며 채권단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국민투표 이후 가장 강경파 채권자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물론 치프라스 총리 역시 셈법이 복잡해진 가운데 채권단은 12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그리스의 개혁안을 토대로 그리스 지원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며 그리스에 '최후 통첩'을 날렸다.

    그리스 정부가 만족스러운 개혁안을 제출할 경우 채권단이 새로운 구제금융을 위한 협상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리스의 자본통제는 기약없이 늘어났고 국민의 시름도 깊어졌다.

    악화하는 그리스 상황을 반영하듯 치프라스 총리는 타결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강도 높은 개혁안을 9일 채권단에 내놓았다.

    이 개혁안이 국민투표에 붙여진 채권단 긴축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한단계 엄격한 수준의 안으로 평가되면서 협상 타결에 대한 희망도 높아졌다.

    그러나 12일 열린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는 그리스의 개혁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지배적이었고, 여기에 독일이 5년간의 '한시적 그렉시트'까지 고려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그리스의 운명은 또다시 안갯 속에 놓였다.

    이후 유례 없는 16시간 이상의 긴 정상회의 끝에 이뤄낸 극적인 협상 타결로 그리스는 다시 한번 산소통을 공급받으며 보름간의 드라마를 일단 '해피엔딩'으로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그 대가로 더 혹독한 긴축이 기다리고 있는 데다 3차 구제금융의 시한이 다가오면 또다시 이러한 극적인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해피엔딩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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