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 (사진=박종민 기자)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전 총리 측 변호를 맡은 이상원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엄상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 측 공소사실에 대해 "기본적으로 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조한 뒤, 성 전 회장과의 만남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재판과정에서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은 반드시 피의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공판준비기일이기 때문에 이 전 총리 측 변호인만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4월 충남 부여 재보궐 선거 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일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성 전 회장은 작은 상자에 현금을 넣은 뒤 다시 쇼핑백에 담아 이 전 총리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 측은 이날 검찰 측의 증거목록 외에 다른 증거 자료가 있으면 열람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 속 인물 8명 가운데 이 전 총리와 홍준표 지사만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구체적인 범죄 정황을 적시하지 않아 향후 재판과정에서 제시할 증거에 관심이 모아졌었다.
공여자인 성 전 회장이 숨져 진술 등을 확보하지 못해 불리한 검찰이 각종 증거들로 허를 찌르겠다는 전략을 공공연하게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미 수사기록에 다 증거목록을 기재한 만큼, 수사기록 열람 등사를 통해서만 증거목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양측이 준비기일에서 제출하지 않은 증거들은 향후 활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검찰 측은 공판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증거'를 제시해 이 전 총리를 추궁하지는 못하게 됐다. 검찰 측은 재판부에 변호인 측 역시 혐의를 부인할 추가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날 검찰은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와 생전 육성파일, 성 전 회장의 이 전 총리 부여 사무실 방문 기록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국민적 관심도 큰 사안이고 공여자가 사망한 상태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핵심 관련자들의 기억이 흐려질 수 있는 만큼 다음 공판준비기일을 신속하게 정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