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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박현주 회장님, 이러시면 안 되죠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자료사진)

     

    1990년대 후반 금융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국내 금융 분야 투자와 해외 투자의 선도적 역할을 하며 금융재벌로 부상한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

    동원증권에서 근무하다 1997년 7월 미래에셋캐피탈로 출범해 20여개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미래에셋의 창업주 박현주.

    1997년 11월 외환위기(IMF) 한파에 굴지의 대기업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100만 명이 넘는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이 한순간에 길거리에 나앉은 가운데서도 국가 부도 사태를 자본의 흐름 교체기로 포착한 박현주 회장님.

    IMF 이후를 내다본 판단력과 금융산업을 통한 부의 창출이라는 회장님의 혜안에 대해 감탄해마지 않습니다.

    특히 지난 1999년 12월 미래에셋증권을 설립하며 증시 활황기를 주도한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회사를 설립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까지 투자 영역을 넓혔고 돈을 굴리려는 중산층과 자산가들로부터 박현주 펀드나 미래에셋에 맡기기만 하면 돈을 불려줄 것 같은 인식을 들게 한 주인공입니다.

    그 바람에 자산운용 부분에서는 삼성에 이은 2위를 기록했고, 생명과 증권업에서도 5위를 달성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말 외엔 회장님의 업적을 달리 평가할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여의도 금융권 관계자들이나 회장님을 아는 전현직 고위직 공직자들은 박현주 회장은 뭔가 남다르며 뛰어난 예지력에 결단력, 추진력이 돋보인다는 아주 극찬에 가까운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회장님의 명성이 출신 학교를 넘어 한국인들에게 회자되면서 제2의 박현주를 꿈꾸는 젊은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 박현주는 금융 선각자

    금융자본주의를 배워 금융으로 돈을 벌려는 청춘들에게 선각자, 메시아 같은 인물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평소에 몸가짐도 바르게 해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접촉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모교인 고대교우회가 올해 ‘자랑스런 고대인상’을 주겠다고 제안했음에도 거절할 정도로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기업 확장과 투자 수익률 창출에 매진하고 있음도 미미하게나마 알고 있습니다.

    특히 돈 되는 곳을 찾지 못해 허우적거리는 천문학적인 자금의 투자처를 찾아내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며 1년 중 100일 이상을 해외에 머무르고 있다는 소리도 듣고 있습니다.

    또한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을 설립해 사회 공헌 사업과 기부도 꽤 하는 사실을 압니다.

    아직까진 횡령과 탈세 등의 죄를 범하지 않고 돈을 벌면 움켜만 쥐는 대한민국 재벌 기업들의 형태와는 색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도 합니다.

    회장님을 아는 한 관계자는 “박현주 회장은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같은 기업가이자 자선가가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말도 했습니다.

    미래에셋이 아직까지는 세계에 내놓을 만한 투자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기부 액수는 감동을 줄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압니다.

    어쨌든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17년 만에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문어발식 금융회사를 설립해 승승장구하는 것만은 부인하기 어렵고 몇몇 재벌들이 국가 기간산업뿐만 아니라 금융산업까지 송두리째 장악한 ‘철옹성’을 뚫고 신금융업의 기지개를 켠 것만은 평가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 박 회장 시운도 좋았으나…

    그런데 회장님이 미래에셋을 이만큼의 금융기업으로 키운 데는 시운을 잘 탓지만 IMF라는 국가적 재난, 진보 정권과 일부 국회의원들의 재벌들의 금융산업 옥죄기가 한몫을 했다고 봅니다.

    금산분리가 미래에셋에 알게 모르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죠.

    모르긴 해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영선 의원 등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겨냥한 금산분리법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삼성 등 재벌 기업들의 견제를 피해 오늘의 미래에셋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을까요?

    회장님은 그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우리만의 힘과 노력만으로 승승장구했다고 하겠죠. 고객들이 오늘의 미래에셋을 키웠다고 하실 테죠.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아니 세계 어느 나라에서 기업, 특히 금융업을 하는 데 국가권력과 정치권력의 보호막이 없이 가능한가요? 일례로 해외 투자를 하고 싶더라도 정부가 해외 투자에 대한 규제를 풀지 않았다면 불가능하니까요.

    특히 국민의 신뢰가 없이는 하루도 연명하기 어려운 것이 기업의 운명인 것을...

    그런데 작금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하는 형태를 보면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짓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금호산업 매각가를 둘러싼 미래에셋의 일방적인 주장이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미래에셋의 금호산업 매각가 1조는 해도 너무한듯

    미래에셋이 금호산업의 매각가를 너무 터무니없이 부르는 바람에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하다고 합니다.

    채권기관들 중에서 지분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14.7%)이 채권단운영위회의에서 금호산업의 주당 가격을 6만원 수준에서 결정하자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금호산업의 현재 주가가 1만 7,8천원 안팎인데도 6만 1천원으로 해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바람에 채권단 협상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래에셋은 “금호산업 주식 매입 원금과 투자 이익을 고려해 매각가를 정한 것으로 알며 주당 6만원 이하에서 매각할 경우 투자 손실을 많이 볼 것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고객들의 자금을 끌어 모아 금호산업에 투자를 했으니 수익을 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러기 위해선 한 푼이라도 더 높게 팔아야겠죠.

    6만원 밑으로 팔면 펀드의 손실이 나게 돼 미래에셋의 명성에 먹칠을 할 수도 있고 고객들의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겠죠.

    충분히 이해가 가고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주당 1만 7,8천원 하는 금호산업 주가를 3.3배나 비싼 6만원 이상이 아니면 매각을 할 수 없다며 반대한다는 것은 금융자본의 논리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심하다고 여겨집니다.

    산업은행(7.6%)과 농협(7.0%), 대우증권(3.84%) 등 채권기관들은 적절한 선에서 협상을 마쳤으면 하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협상의 키를 미래에셋이 쥐고 있어 금호산업 매각 건은 차일피일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홍기택 산업은행회장도 “지분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이 주도적으로 가격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돈 놓고 돈 버는 금융시장의 본질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금호산업 매각 입찰 공고에서도 주당 3만원 선인 6천억원이 적정가로 판명났습니다. 6,500억원 이상을 써낸 입찰자가 없었습니다.

    금호산업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이라는 프리미엄을 계산하더라도 미래에셋이 요구하는 1조원은 터무니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금호가 1조원을 주고 금호산업을 살 형편도 못되지만 사더라도 그 채무 때문에 회생할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하다고 합니다.

    ◇ 금호의 약점을 악용한다는 비판도

    금호의 약점을 악용해 매각가를 높게 부른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금호는 어떻게든 금호산업을 인수하려하고 있습니다. 선대의 유업인 금호산업이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게 하는 것은 선대의 유지를 받들지 못한 ‘불효’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게 금호 박삼구 회장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입니다.

    금호산업이 제때 매각되지 않으면 채권단은 또다시 재입찰에 붙여야 하고 유찰 사태를 빚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국적 항공사나 다름없는 아시아나 항공 등의 경영정상화는 더딜 수밖에 없으며 채권 금융사들은 가뜩이나 실적이 좋지 않은 시기에 털어내야 할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합니다.

    박 회장님이 버티면 금호그룹이 백기를 들고 6천억+α를 받아낼 수 있다는 정치적·산술적 주판알을 튕길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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