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구CBS 권소영 기자)
경북 상주 살충제 사이다 음독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난 14일 경북 상주에서 일어난 살충제 사이다 음독 사건의 피의자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하지만 피의자가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데다 범행 동기도 오리무중이어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경북 상주경찰서는 27일 고독성 살충제를 음료수에 타 마을 주민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중태에 빠트린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박모(82, 여)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상주경찰서 이규봉 수사과장은 이날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 자리에서 "새로운 결정적 증거는 잡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로도 기소하기엔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 “범행 뒷받침할 근거 충분해”경찰은 박씨 주거지에서 동일한 농약 성분이 든 자양강장제 빈병과 살충제 농약병이 발견된 점을 미뤄 박씨를 구속해 수사를 벌여왔다.
당일 박씨가 입었던 상·하의와 타고 다니던 전동스쿠터에서도 동일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 역시 경찰이 내세운 유력한 증거였다.
이에 대해 박씨는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농사를 안 지은 지 오래돼 농약을 구매한 적도 없고, 쓰러진 할머니들의 토사물 등을 닦아주다 농약이 묻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과수 감정 결과 피해 할머니들의 거품과 타액 등에서는 살충제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경찰은 사건 당일 박씨가 보인 수상한 행동에 주목했다.
피해 할머니들이 거품을 토하며 쓰러졌는데도 박씨가 신고나 구조 요청을 하지 않는 등 상식선을 벗어난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에 대해 "할머니들이 자는 줄 알았고, 전화를 걸 줄 몰라 구조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이 박씨와 가족 등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한 결과 당일 박씨가 전화를 걸었던 발신 내역이 확인됐다.
이밖에 사건 당일 행적에 대한 박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도 경찰이 의심하는 대목이다.
마을회관에 도착한 시간이나 이동 경로 등 박씨의 진술은 이웃 주민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지난 17일 피의자 주거지에서 농약병이 든 노란색 비닐봉지가 발견됐다. (사진=경북지방경찰청 제공)
◇‘범행 동기’ 등 여전히 물음표 남아여전히 물음표가 붙은 질문들도 남아있다.
수사 초기부터 안갯속이던 ‘범행 동기’의 실체는 끝내 걷히지 않았다.
경찰이 내세웠던 농지 임대료 문제와 화투놀이로 인한 갈등 외에 새롭게 드러난 범행 동기는 없다.
그러나 경찰은 주민 진술과 프로파일러 분석 등을 통해 상당한 근거를 세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전날 화투를 치다 점수와 돈 계산 문제로 박씨가 피해 할머니들과 다툼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마을 할머니들 간 화투로 인한 다툼이 잦아 마을회관 식탁 의자에 '싸우지 말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것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박씨와 면담을 진행한 경찰 프로파일러는 "박씨가 농지 임대료 문제로 과거 불면증을 겪을 정도로 큰 스트레스를 겪었다"며 "누적된 스트레스가 범행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살충제 구입 경로 역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다.
경찰은 공성면, 상주시 일대 농약 판매점을 대상으로 탐문을 벌였으나 관련 판매 기록을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박씨가 지금도 텃밭에 농작물을 재배하는 점으로 미뤄 2011년부터 2013년 사이 박씨가 해당 살충제 농약을 구매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수사 끝나지 않아..검찰과 공조 수사할 것”이같은 의문들이 추가 조사 과정에서 제대로 풀리지 않은 것에 대해 경찰은 "구속 이후 박씨의 잦은 병원행과 변호인 사임 등으로 피의자 직접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유치장에 입감된 박씨는 두통 증상을 호소해 상주와 대구 등지 병원에서 몇차례 진료를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