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국제공항 (사진제공=한국공항공사 부산경남본부)
최근 술에 취한 한 외국인이 경찰에 항공기 폭파 관련 허위 신고를 했다가 입건되는 등 매년 공항 허위·협박 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경찰·행정력이 낭비되고 부산의 관문인 김해공항의 이미지 실추에도 한몫하고 있어 처벌 강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4시 30분 부산 남부경찰서 대연지구대에 한 20대 외국인이 술에 취해 찾아왔다.
자신을 영국 정보원이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조금 전 술자리에서 "김해공항을 출발하는 비행기에 폭탄 테러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남성이 구체적인 항공편까지 제시하자 관계 기관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이 사실을 즉각 관련 기관에 알리는 한편 인근 경찰력 50여 명을 투입해 공항과 항공기 수색에 나섰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공항 관계자와 소방당국도 현장에 급파됐다.
하지만 관계 기관의 조사 결과 이 남성의 신고는 허위였고, 경찰은 영국인 A(2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3월에는 한 항공사의 인터넷 항공권 예매 창에 "공항을 폭파하겠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 남성은 온라인을 통해 "공항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500억 원을 내놓지 않으면 폭파할 것"이라고 협박했고 메시지를 접수한 항공사는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인력 100여 명을 공항에 파견해 공항 안팎의 폭발물 수색에 나서는 한편 남성을 추적했다.
경찰은 협박 메시지를 보낸 B(35)씨를 추적 끝에 붙잡았고 B씨는 경찰에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항공기 테러 관련 허위·협박 신고는 매년 끊이지 않아 올해에만 2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최근 3년 동안 김해공항에 대한 허위·협박 신고만 모두 5건에 달했다.
단순한 장난처럼 보이는 이 같은 행동은 매우 중대한 범죄에 속한다.
관계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항공기 승객과 화물에 대한 전수 수색이 이뤄지기 때문에 유·무형적인 손해가 막대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허위·협박신고라 할지라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항공기 등에 대한 전수 수색을 실시한다"라며 "지난 24일 허위 신고의 경우에도 비슷한 시각 대의 항공기 승객과 화물을 일일이 다 수색하기 위해 이륙이 1시간 이상 늦어졌다"라고 말했다.
한번에 많은 인력이 투입되다 보니, 인근의 치안과 행정 공백도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김해공항 경찰대의 한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되면 공항 경찰대는 물론 인근 경찰 인력 수십 명이 동시에 투입된다"라며 "아무래도 한정된 인력이 한 곳에 몰리다 보니 일상적인 치안유지 업무가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부산의 관문인 김해 공항이 허위신고 소동으로 얼룩지면서 덩달아 국제적으로 비친 부산의 이미지도 저하될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범행의 심각성을 고려해 인식 전환 등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NEWS:right}
동의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김태진 교수는 "허위·협박 신고를 장난 전화 수준으로 여기는 인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라며 "전화 한 통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폭넓게 알리는 노력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도한 처벌 등 강제력이 동원될 경우 선의의 신고율을 떨어트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 교수는 "시민의 신고 정신은 큰 사건·사고를 막을 수 있는 큰 힘인데, 과도한 처벌 등 강제력이 동원될 경우 신고율을 떨어트리는 등 부작용의 가능성도 있다"라며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